역사에 있어서의 우연은 단지 우리의 무지의 증거에 불과하다는-우연이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의 별명에 불과하다는-견해도 타당치 않다. 확실히 그러한 일들이 가끔 일어나기는 한다. 가령, '유성'이란 이름은 물론 '방랑자'라는 뜻으로, 이러한 이름은 유성이 멋대로 하늘을 떠돌아다닌다고 생각되고, 운동의 규칙성을 이해하지 못하던 때 생긴 것이다.
어떤 일을 불운 때문이라고 기술하는 것은 그 원인을 규명한다는 귀찮은 의무를 면하려 할 때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다. 누군가가 역사는 우연의 연속이라고 나에게 말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지적으로 태만한 사람이 아니면 지적인 활동력이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진지한 역사가라면 지금까지 우연한 일로 다루어져 온 어떤 사건도 그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적절한 의의를 부여할 수도 있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나 이것도 우리의 문제에 대한 충분한 답변이 될 수는 없다. 우연이란 단순히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일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역사에 있어서의 우연이라는 문제의 해결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의 차원에서 추구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E.H.카 '역사란 무엇인가' 중에서
△역사학
인간이 경험한 과거의 사실이나 인간의 행위를 연구 또는 서술하는 학문을 말한다. 역사는 과거 인간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지만 이는 현재의 인간들이 직접 지각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남아 있는 문서를 비롯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남은 모든 사료를 매개로 연구된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이 자기 존재의 의미와 본질을 깨닫고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지를 아는 것이 목적이다.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시도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 과거에 무엇을 해 왔는가를 연구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역사는 발전하는가
역사 발전에 대한 신념은 개개인에게 매우 중요하다. 인간이 발전하는 삶이 아니라 퇴보하는 삶을 살게 되어 있다고 믿게 된다면 개인의 존재 자체는 물론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의미를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는 원시 농경사회-고대 노예사회-중세 봉건사회-근대 산업사회 등의 발달 단계를 거쳐 왔고, 현재는 정보화 사회로 옮겨가는 중이다. 이 과정을 물질적 생활과 사회 제도, 인간 이성의 발달 등에 비춰 보면 인류의 역사는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경제적 지배 구조의 확산과 각종 폭력, 전쟁, 자연 파괴와 인간 소외는 역사 발전에 대한 낙관을 무너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의 발전에 확신을 가지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역사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것은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려는 인간 의지에 의해 역사는 진보를 향한 발걸음을 계속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역사의 과정을 발전이나 퇴보로 이끄는 것은 인간의 신념과 역할에 달려 있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역사가는 사료를 통하여 파악되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여 역사적 진실에 이르러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임진왜란 때 수군 장수 원균에 대해 이순신이나 류성룡 같은 사람은 매우 무능하고 좋지 않다고 평가한 반면, 선조는 그를 명장이라고 평하고 이순신을 무능하게 평했다. 이런 상반된 평가는 과 같은 사료에 동시에 나타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반대로 해석되는 하나의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여 '역사적 진실'에 도달할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가?(서강대 2003)
▲경주 석굴암 등의 문화재는 엄밀한 과학적 입장에서 보면 암석 같은 물질의 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품고 있다. 그 가치의 근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경희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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