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대구 시민운동장 축구장.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1만 명 가까운 중·고생들이 SK네트웍이 주최한 '스마트와 함께하는 학교 가자!' 콘서트를 보기 위해 2백m 가까운 줄에 서서 떨고 있었다.
이날 콘서트는 열리기 전부터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동방신기 등 인기가수를 이용한 업체의 상술이라는 논란이 잇따랐다.
15∼20만 원가량 되는 학생복을 구입해야만 콘서트 티켓을 주는 탓에 일부 학생들은 용돈을 모으거나 부모님을 억지로 졸라 교복을 한 벌 더 구입하기도 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얘기였다.
또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인터넷 팬카페를 통해 일반석, 실버석은 1만∼5만 원, 골드석, VIP(스태프)석은 8만∼15만 원까지 주고 암표(?)를 샀다는 것.
ㄱ여고 1학년 정모(16)양은 "동방신기를 보려고 17만 원이나 주고 새 교복을 한 벌 더 샀다"며 "막상 와 보니 무대와 너무 떨어져 팬 사인회나 TV를 보는 것보다 못했다"고 불평했다.
이모(13·대서중 1년)양은 "타 제품 교복이나 일반 맞춤교복을 사려다 콘서트 티켓 유혹 때문에 스마트 학생복을 샀다"며 "교복을 사지 못한 친구들은 팬카페 수다방 등에 올라온 '콘서트 티켓판매'를 보고 몇 만 원씩 돈을 준 뒤 구입했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콘서트 중간에 함박눈이 쏟아져 학생들은 추위에 떨었고 공연이 끝난 후 경북 포항, 경주 등에서 온 여학생들은 관광버스를 찾지 못해 눈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경북 성주에서 오전 수업이 끝난 후 달려왔다는 배모(13·ㅅ여중 1년)양은 "추운데 밖에서 5시간 줄을 서 기다린 뒤 공연하는 약 3시간 동안 너무 떨어 몸살에 걸린 것 같다"며 연신 기침을 해댔다.
행사를 기획한 SK네트웍측은 "스마트 학생복 홍보를 하면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콘서트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예상했던 대로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복 1벌에 20만 원 정도이니까 참가인원 1만 명을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이번 공연에만 20억 원의 교복이 팔린 셈"이라고 말했다. '학교 가자!' 콘서트는 5일 대구에 이어 6일 부산 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 열렸으며 오는 12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도 열린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교복업체에서 주최한 콘서트를 보기 위해 중고생들이 5일 오후 추위 속에서 몇 시간째 200m가까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