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샘 폭설이 동해안을 강타했다. 지난 5일 낮부터 경북 동해안 지역에 내리기 시작한 눈은 6일 오전까지 쏟아져 영덕이 67.5㎝, 울진 57.6㎝, 포항 20.7㎝로 기상관측 이래 최다 최심적설량(눈이 가장 많이 쌓인 시점을 측정한 값)을 기록했다. 울진 온정리는 86㎝로 지역 최다를 기록했다.
이번 눈의 특징은 계절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눈이 왔다는 것과 지역적인 편차가 심했다는 점.영덕, 울진, 포항이 관측 이래 최다 최심적설량을 기록했지만 구미가 7.5㎝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대구 4.8㎝, 안동 1.2㎝를 기록하는 등 지역 편차가 컸다.
이번 폭설로 경북도내 곳곳의 길이 끊기고 휴교와 산골마을 고립, 농작물 피해 등이 잇따랐다. 그러나 경찰 및 행정공무원 등의 긴급제설 작업 등으로 7일 현재 일부 산간도로와 학교를 제외하곤 교통과 수업은 정상화됐으나 농작물피해 복구에는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폭설피해=5일 하루 동안 포항에는 지난 1942년 포항기상대가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인 20.7㎝를 보였다. 장기면은 61㎝, 대보면 60㎝, 구룡포읍 45㎝ 등 주로 해안가 마을에 많은 눈이 내렸다. 이번 눈으로 포항에서는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 농업용 시설 50여 동과 해안가 축양장 차광망 등이 피해를 입었다.
또 최고 86㎝가 내린 울진지역에서도 비닐하우스 10여 동이 파손됐고, 영덕군내에는 영해면 연평리 등에서 비닐하우스 20㏊가 눈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등 비닐하우스 피해가 3개 면에서 23㏊ 22여억 원대에 이르렀다.
지역 평균 23㎝가량의 눈이 내린 경주에서는 탑정동과 태반동 등지에서 비닐하우스가 부서졌고 축사가 내려앉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영양군 수비·석보면에서도 비닐하우스가 각각 2동씩 무너졌다. 울진 2개 교와 영덕 3개 학교 등 일부 지역에서는 통학버스가 운행중단이 돼 수업차질을 빚고 있다. 30㎝의 폭설이 내린 청도군 운문면과 매전면에는 버섯재배사와 딸기하우스 40여 동이 무너져 농경지 5천여 평에 3억여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교통상황=최대 폭설이 내린 경북 동해안 지역은 나흘째 이어진 제설작업으로 도로통제가 풀리는 등 정상화되고 있다. 그러나 밤 사이 기온이 떨어지면서 녹았던 눈이 다시 얼어붙는 등 결빙 구간이 많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86㎝가 내려 이틀간 전면 통제됐던 울진군 온정면~영양군 수비면을 잇는 국도 88호선 등 경북 동해안 지역 대부분의 도로가 6일 오전 10시부터 통제가 해제됐다. 하지만 포항 청하 유계리~상옥 지방도 등 일부 오지 도로는 체인 없이는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통사고=6일 오후 2시15분쯤 경주시 내남면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부산기점 64㎞ 지점에서 염산을 실은 25t 탱크로리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전복됐다. 이 사고로 뒤따르던 화물차 등 6대가 잇따라 추돌, 탱크로리 저장고가 파손되면서 2천ℓ가량의 염산이 유출돼 경주∼언양 20여㎞ 구간이 4시간 동안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또 지난 5일 밤 11시30분쯤에는 예천군 호명면 직산터널 입구에서 모 부대 소속 김모(35·충남 계룡시) 소령이 아반테 승용차를 몰고가다 눈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과 충돌한 뒤 차에서 내려 구난조치를 하려다 뒤따라오던 쏘나타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기상분석=이처럼 많은 눈이 내린 것은 동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지상 기압골과 상층 기압골의 온도차에 의해 대기가 불안정해져 눈구름이 크게 발달했고 해안 지방의 경우 이 눈구름이 해상의 따뜻하고 습기 많은 공기와 만나 눈구름대가 더욱 활성화됐기 때문. 또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 소낙성 형태(비의 경우 소나기에 해당)의 눈구름대가 발달했던 것이 강설의 지역적 편차가 컸던 원인으로 분석됐다.
한편 대구의 경우 지난 4일 오후부터 눈이 내릴 것이라 예보됐지만 정작 눈은 5일 오후에서야 내려 대구기상대가 시민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대구기상대 관계자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많은 데다 눈 내리는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 우리 역시 애가 탔다"면서 "소낙성 형태의 눈구름대가 발달해 눈이 내리는 정확한 시점과 양을 예측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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