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흰 구슬 검은 구슬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형제가 살았어. 형은 아버지 어머니한테서 재산을 많이 물려받아 부자로 살고, 아우는 참 가난하게 살았지. 뭐라고? 벌써 다 안다고? 그래, 다 아는 것처럼 형은 욕심쟁이고 아우는 착했단다.

하루는 아우네 집에 먹을 것이 똑 떨어져서 온 식구가 쫄쫄 굶게 생겼어. 형네 집에 양식을 꾸러 갔다가 욕만 실컷 얻어먹고 돌아오는데, 천만다행으로 길에서 보리이삭 하나를 주웠네. 그걸 보듬어 안고 집에 가서 떡을 했어. 떡이라야 아기 주먹만한 것 달랑 하나지만 그게 어디야? 온 식구가 침을 삼키며 나누어 먹으려는데, 이때 참 좋은 생각이 났어.

"이럴 게 아니라 이 떡을 장에 내다 팔면 돈이 생길 터이니, 그 돈으로 양식을 사다 우리 식구 배불리 먹어 보자."

이래서 아우가 떡을 가지고 장에 갔어. 장에 가다 보니 길가에 웬 할머니가 쪼그리고 앉아서 구걸을 하고 있더래.

"불쌍한 이 늙은이한테 밥 한 술만 주오."

아우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희 식구는 비록 굶기를 밥 먹듯이 하지만은 그래도 집이라도 지키고 있잖아. 그런데 저 할머니는 집도 절도 없이 길가에서 굶주리고 있으니 그 얼마나 불쌍해? 그래서 들고 가던 떡을 그 할머니한테 줘버렸어. 그랬더니 할머니가 떡을 받아 맛나게 먹고 나서 하는 말이,

"고맙소, 젊은이. 그 보답으로 내 한 가지 방도를 일러 줄 터이니 잘 들으시오. 저 뒷산 골짜기 큰 바위 밑에 가 보면 희고 검은 구슬 두 개가 있을 거요. 검은 구슬은 두고 흰 구슬만 가져오시오. 그러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거요."

이러더래. 그러고 나서 어디론가 휙 가버려. 뭐 바람 같이.

아우는 할머니 말대로 뒷산 골짜기 큰 바위 밑에 가 봤지. 가 보니 과연 희고 검은 구슬 두 개가 있더래. 검은 구슬은 두고 흰 구슬만 가져왔지.

그런데 참 묘하기도 하지. 그날부터 구슬에서 황소가 나오는데, 하루에 한 마리씩 나오는 거야. 자고 일어나면 한 마리, 자고 일어나면 또 한 마리……, 이렇게 하루 한 마리씩 황소가 나오더래. 그러니까 아우는 금세 부자가 됐지.

뭐라고? 형이 소문을 듣고 아우를 찾아온다고? 어떻게 알았지? 그래, 다 아는 것처럼 형이 아우를 찾아와 이야기를 듣고는, 저도 욕심이 나서 뒷산 골짜기 큰 바위 밑에 가 봤어. 가 보니 검은 구슬 하나가 남아 있거든.

'흰 구슬에서 황소가 나왔으니 검은 구슬에서는 아마 암소가 나올 거야. 아니, 금덩이가 막 쏟아질지도 몰라.'

형은 검은 구슬을 주워서 집에 가져왔어.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글쎄 검은 구슬에서는 호랑이가 나오더라지 뭐야. 사나운 호랑이가 나와서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니까 일 났지. 그것도 하루에 한 마리씩 나와서 분탕질을 하니 견딜 재간이 있어야지. 형은 그만 혼이 빠질 대로 빠져서 어디론가 멀리 달아나버렸는데, 그 뒤로 아무도 본 사람이 없대.아우네는 잘 살아서, 아직도 저 재너머 마을에 잘 살고 있대.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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