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중학생들 사이에 책읽기와 글쓰기 열풍이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논술과 구술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2008학년도부터 독서이력철 제도를 도입한다는 교육부 발표가 난 뒤 두드러진다.
초등학생까지 대학입시에 좌우될까 싶기도 하지만,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책읽기와 글쓰기 실력은 금세 늘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단계적으로 독서량과 연습량을 늘려 둬야죠. 앞으로 독서이력철에 기재될 내용을 생각하면 읽는 책 수준도 일찌감치 높여야 합니다."
이 정도면 전문가 뺨치는 분석이다.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이미 자녀의 나이와 학년을 넘어 매사에 대학입시와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대비하는 정도에 이른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학력과 학벌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학부모의 교육열이 아무리 높아도 지나치다고 말하기 힘들다. 학력 외에는 지위 향상을 꾀한 수단이 거의 없고, 취업과 승진 등에 학력 차별이 심하고, 결혼마저도 학력에 좌우되는 현실을 누가 외면할 수 있겠는가.
교육학자들에 따르면 미국이나 일본 등도 학력사회로 분류된다. 미국의 경우 전문적 능력을 증명하는 기능적 학력사회인 데 비해 일본은 특정 학교 출신자라는 배경을 나타내는 상징적 학력사회라는 시각 차이 정도가 있을 뿐 학력이 사회적 지위의 주요 잣대가 되는 것은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우리 교육열이 지나치게 학력에만 매달려 있다 보니 교육의 양적 측면에는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미미하다는 데 있다. 대학입시의 모든 것이 점수로 계산되다 보니 그저 외우고 문제를 풀어 점수를 올리는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하고, 수능 부정 사건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학교 교육의 비인간화나 과도한 입시교육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보면 해결책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교육의 질적 측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교육열을 이끌어 가면 되는 것이다. 책읽기와 글쓰기 교육에 대한 열기가 좋은 예다. 교사들이 그렇게 책읽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무관심하던 학부모들이 대학입시에 필요해졌다는 사실 하나에 사교육비를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 자녀에게 수업이나 동아리 등 학교 내 활동까지 권하는 상황이 닥치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오기 힘든 우리의 교육열은 스스로 폄훼할 일만은 아니다. 생각을 바꾸어 보면 교육의 질적 성장을 자극하는 훌륭한 촉매가 될 수도 있다. 가령 학부모와 교사라면 누구든 동의하는 인성 교육을 자녀의 진학과 성취에 도움이 되는 제도로 만들어 확립한다면 자원봉사나 선행 쌓기 열풍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자녀를 위해 부모가 먼저 착한 일에 나서는 아름다운 풍경도 얼마든지 그려볼 수 있다.
김재경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