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대구교육-(4)학교는 책임 없나

수성구의 학력 수준이 높은 데 대해 학부모들은 물론 교사들조차 지역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한다.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수성구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 초등학교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학력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완전히 맞다고도 볼 수 없다.

수성구 아닌 지역에서도 수성구 이상의 학력을 보이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수성구에서도 입학할 때의 성적보다 훨씬 못한 결과를 내는 학교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입학할 때의 성적과 학년 말 또는 졸업 때의 성적을 비교해 교육계에서는 흔히 투입-산출 분석이라고 한다.

가장 극명하게 비교되는 고교를 살펴보면 가정의 관심 못지않게 학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동구 영신고의 경우 이른바 투입 성적은 해마다 대구의 60여 개 고교 가운데 40위권이다.

이 학교는 아침, 저녁, 야간 등 매일 4시간씩 교실에서 EBS 방송수업을 시청하게 한다.

높은 단계의 수업을 원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별도로 인터넷을 이용한다

3년을 이렇게 보내고 난 뒤 수능시험 결과는 대구에서 10위권까지 치솟는다.

이동석 교감은 "교사들이 메우기 힘든 교실 내의 학력 차이를 방송수업으로 보충한 결과"라고 말했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교사나 상위권 학생들을 의식해 교실 수업을 부담스럽고 지루해 하지만, 자신만을 위해서 강의하는 듯한 방송수업에는 높은 집중력을 보인다는 것.

학급마다 전입한 학생이 6, 7명이나 돼 과거에 비해 투입 성적이 현격하게 떨어진 덕원고는 수준별 수업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정규 수업은 영어와 수학만 2개 수준으로 나누지만, 보충수업은 전 과목에 걸쳐 선택별·수준별로 진행한다.

이성한 교장은 "교사들은 평가까지 생각해 수업을 해야 하니 두 배 이상 어렵지만 학생들로선 듣고 싶은 과목만 자기 수준에 맞춰 들으면 되니 수업에 훨씬 진지하게 참여한다"고 말했다.

투입-산출 측면에서 분석하면 사립고에 비해 공립고의 효율이 떨어진다.

4년 단위로 교사들이 이동하는 데다 인사고과 때문에 3학년 담임이나 보직이 자주 바뀌다 보니 일관된 지도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립고 관계자는 "3학년 담임의 3분의 2 정도가 3학년 경력 최소 5년 이상이다 보니 진학지도에 노하우가 쌓여 학원 의존도가 낮고 학생, 학부모의 신뢰가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지역이나 공·사립 여부보다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학교 내 분위기다.

수성구 못지않은 학력을 보이고 있는 북구 동평중 관계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얼마나 단합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30분 이상 일찍 출근해 아침자습 시간의 효율을 높이고, 방과 후에는 당번을 정해 도서실에서 공부하는 학생 70~80명을 지도하는 등의 노력을 마다않는다는 것.

반면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심한 학교는 공·사립 예외없이 투입에 비해 산출이 떨어진다고 교사들은 지적했다.

한 고교 교사는 "한두 해 분열을 보여 학교 운영이 흐트러지면 중학교 졸업생들의 선호도가 금세 떨어져 학력 저하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과거 잘나가다 최근 바닥세를 보이는 학교들을 보면 대부분 학교 내 문제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