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원이다. 섬들은 파도와 놀고, 햇살이 누운 바다는 눈부시게 곱다. 바다에 은비늘로 반짝이는 햇살 한줄기, 섬마을을 쓸고가는 바람 한 자락, 포구에 부려지는 갈매기 울음소리가 마음을 뒤흔드는 곳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은 유치환에게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으로 태어났고, 윤이상에게는 서정의 멜로디를 선물했다. 들고나는 고기잡이 배가 긴 여운을 남기는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바다는 그대로 시이며, 음악이며, 한 폭의 그림이다. 윤이상이 죽는 날까지 고국을 그리워한 이유도, 유치환이 청마(靑馬)란 호를 지은 것도 어쩌면 자기가 태어난 이곳 앞바다를 못 잊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통영은 이 두 사람 외에도 시인 김춘수, 소설가 박경리, 그리고 한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전혁림 화백 등 뛰어난 예술가를 많이 배출했다. 박경리는 김약국의 딸들에서 통영을 '일찍부터 항구는 번영하였고 주민들의 기질도 진취적이며 모험심이 강하였다'고 썼다.
◇ 청마거리와 청마문학관
청마의 체취가 가장 진하게 배어 있는 곳이 청마거리다. 통영우체국 화단 앞에 빨간 우체통과 청마 유치환의 '행복' 시비가 있다. 이 우체국 창가에서 청마는 정운 이영도에게 마음을 담은 연서를 보냈다.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너에게 편지를 쓴다/(중략)
우체국 건너편이 바로 연인 정운의 집. 청마는 우체국에서 10여m 떨어진 수예점(현 뮤즈커피숍)에서 수를 놓는 정운을 바라보며 5천여통의 편지를 썼다. 이 편지는 후에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서간집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통영우체국과 이문당 서점, 뮤즈커피숍 자리가 청마와 정운의 러브스토리가 얽힌 자리로 청마의 기억을 더듬어 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주변에는 통영문화원과 청마의 부인 권재순 여사가 운영했던 유치원자리(현 충무교회)가 있다. 청마의 생가는 청마문학관으로 옮겨가 표지석만이 쓸쓸하게 서있다. 현재 뜻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통영우체국을 '청마우체국'으로 개명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청마문학관은 통영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정량동 언덕에 지난 2000년 2월 개관했다. 청마문학관은 청마의 생애와 문학, 그리고 발자취 등 3개 코너로 꾸며놓았다.
문학관 전면 돌계단을 올라가면 고증을 거쳐 이전 복원한 청마의 생가가 있다. 청마 출생시 아버지가 한의원을 하고 계셨던 터라 약국집 형태와 ㅅ자 형 구조로 복원했다.
◇윤이상 거리
2002년 2월 윤이상의 삶과 음악을 기리기 위해 생가가 있었던 도천동 일대를 중심으로 명명한 거리다. 서호동 해방다리에서 해저터널까지 약 790m 거리다. 특별한 것은 없고 입구에 윤이상 흉상이 세워져 있다.
◇전혁림미술관
봉평동 용화사 가는 길옆에 있다. '색체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원로화가 전혁림(90)화백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미술관으로 전시실과 작업실이 있는 생활공간 등 2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이 특별하다. 전 화백 작품이 그려진 세라믹 아트타일 1만5천장이 건물외벽에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 건물자체가 예술품이란 호평을 듣고 있다.
현재 전 화백이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살고 있다. 아들 전영근 미술관관장은 "지난 김춘수 선생 별세 때 좀 충격을 받았지만 아직도 하루 5,6시간 정도 창작활동을 할 만큼 건강하다"며 "올해 미술관 2주년 개관기념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망산공원
통영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공원이다. 호수인 듯 잔잔한 한산섬 앞 바다와 미륵산의 아름다운 자태가 눈에 들어온다. 남망산에는 세계 10개국 유명 조각가 15명의 작품이 전시된 남망산국제조각공원이 있는데,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있다.
◇미륵도일주도로
전체 24km이며, 바다를 끼고 도는 코스이다. 통영 사람들은 이 코스를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꿈길 드라이브 60리'라 부른다. 통영대교를 지나면 바로 일주도로가 시작된다. 리아스식 해안에 이어 도착한 곳은 풍화리. 미륵도 서쪽으로 길게 삐져 나간 풍화리의 길은 구절양장의 연속이다. 마을 앞 오비도, 월명도, 이끼섬 같은 섬들이 떠있고 굴양식장이 바다를 가득 메웠다.
일주도로의 핵심은 허리쯤의 달아공원이다. 시원스레 펼쳐진 다도해가 펼쳐진다. 바위 너머 푸른 해원을 오가는 어선들이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랄지 이념의 푯대로 보인다. 청마의 시심에 절로 빠진다.
관해정이라는 정자가 서 있는 달아공원의 정상에 서면 학림도, 비진도, 연대도, 연화열도, 욕지도, 두미도 등 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보드라운 남풍을 타고 가슴으로 안겨들어 여행자들의 예민한 감수성을 톡톡 건드린다. 달아공원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수산과학관이 있다. 전시관 바깥에는 전망대가 있어 그곳에서도 한려수도의 섬들을 볼 수 있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통영국제음악제'
2005년 통영국제음악제 봄 시즌이 17일부터 22일까지 통영시민문화회관를 비롯해 페스티벌하우스, 문화마당 등 통영시 일원에서 열린다. '기억'이라는 주제와 '음악과 신화'라는 부제 하에 열리는 이번 시즌에는 아르디티 현악 4중주단, 조르디 사발과 에스페리옹 21, 익투스 앙상블 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과 함께 강동석, 가야금앙상블 사계, TIMF 앙상블 등 국내 연주자들이 하는 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개막연주회는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는 뤼디거 본의 지휘 아래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코리안심포니, 서울모테트합창단, 소프라노 피아 콤비가 출연한다.
이밖에 코리안심포니, 서울모테트합창단, 한국페스티벌앙상블 등 한국 정상급 연주 단체들이 참여해 개막제를 풍성하게 한다. 이번 봄 시즌은 서울에서도 열린다. 20일과 21일 호암아트홀에서 스콜라 하이델베르크와 TIMF 앙상블, 그리고 아르디티 현악4중주단의 공연이 있다. 문의) 055)645-2137.
◇가는 길
구마고속도로-서마산으로 빠져나와 마산 시내를 통과해 통영으로 가면된다. 2시간30분 소요.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