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아이가 분리불안증?

매년 3월은 아이들이 가정 밖의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시기이다. 낯선 건물, 새로운 친구와 선생님 등 달라진 환경은 호기심과 함께 무언가 스스로 한다는 자신감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친숙한 가정을 벗어나기가 두려워서 가고는 싶지만 불안한 마음에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친구들의 따돌림 등 환경의 문제, 지능이 떨어져 쉽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자신의 문제로 인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등교 거부 아이들의 대부분은 '분리불안장애'로 진단된다. 즉 부모에게서 떨어지는 것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 원인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성진이(가명)는 학교에 재미있게 다니다가 2주가 지난 어느날 학교에 가지 않으려 했다. 부모는 며칠 동안 화를 내거나 달래어 아이를 겨우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이후엔 학교에 갈 무렵이 되면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다고 울어서 학교 보내기가 어려워졌다. 성진이는 결석하는 동안 집에서 웃고 놀며, 내일은 학교를 가겠다고 스스로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같은 증상이 나타나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선 아예 어머니에게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시장을 가거나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도 따라가야만 했다. 성진이는 혼자 있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어머니에게 사고가 날 것 같아 무섭다"고 답했다.

이 같은 증상들은 주로 처음 입학해 부모와 떨어지는 상황에서 나타나지만 어느 학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사람은 출생 후 걷기, 말하기 등 다양한 능력을 얻으면서 누구나 부모에게서 자연스런 분리를 시도한다.

이런 시도는 초기에는 불안한 감정을 유발한다. 하지만 차츰 분리에 익숙해지면서 한 사람의 성숙한 인격체로 자라게 된다. 분리에 따른 불안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은 분리되기 이전의 부모-자녀 관계의 안정성에 기반을 둔다. 그 기반이 튼튼하지 않다면 일시적으로 분리에 따른 불안이 심해져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어린 시절의 행동으로 퇴행한다.

분리불안은 학교나 유치원에 처음 다닐 때 처음 몇 개월 동안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도가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될 때는 교육 및 친구관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과잉보호 혹은 친밀하지 않은 부모-자녀 관계를 수정하고, 강도를 서서히 높여가며 분리를 시도하는 계획을 세우는 행동치료가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학교에 바래다주는 거리를 차츰 줄여가거나 심부름 보내기, 따로 자기 등과 같이 분리 연습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주의할 점은 자녀와의 시간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에 대한 신뢰가 약속을 어기는 일로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 쉽게 개선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약물치료를 겸할 수 있다. 증상이 매우 심해 장기간 결석을 하는 아이의 경우엔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정성훈 경북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 아래 항목 가운데 세 가지 이상이 4주 이상 지속된다면 아이가 부모와 떨어지는 데 대한 과도한 불안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부모와 떨어지거나 떨어질 것이 예상될 때 심한 고통반응(불안, 심한 울음, 발작)

△부모에게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과도한 염려(교통사고, 화재)

△자신에게 사고가 나지 않을까 과도한 염려(유괴)

△이별에 대한 공포로 학교 가기를 거부하거나 싫어함

△혼자 집에 있는 것에 대한 심한 불안감

△부모 없이는 잠을 자지 못하거나, 친구 집에서 잠을 자지 않으려 함

△부모와 이별하는 꿈을 자주 꿈

△부모와 떨어지거나 떨어질 것이 예상될 때 두통, 복통, 메스꺼움, 구토와 같은 신체 증상

사진: 신학기인 요즘 학교 가기를 싫어하는 아이들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부모들이 많다. 등교거부증이 심하면 학습, 친구 관계 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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