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시와 함께

가지 축축 늘어지도록

붉은 열매 달고 있는 나무

명자나무든가 그 나무 보면

자식 많아 치다꺼리하느라

손에 물 마를 날 없던 친구 생각나는 거다

머리에 이고 업고 걸리고

한 걸음 뒤에 또 예닐곱 살 아이 뒤따라오듯

작달막한 명자나무 웬 힘이 솟구쳐

새끼 올망졸망 매달고 있는지

돌개바람에도 열매 꼭 붙들고 있는

명자나무 보면

다부지게 이 악물고 버티는

그 친구 생각나

명자야, 명자야 가만히 불러보는 거다

박지영 '명자야 명자야'

명자나무, 키가 작은 떨기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이른 봄에 불꽃 같은 다홍의 작은 꽃들을 피워 나도 일찍이 사랑해서 시에 써먹던 꽃나무인데, 그 열매 또한 얼마나 다부지게 붙어있는지, 주먹 꼭 쥐고 말이다.

절대 떨어지는 일이 없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명자야, 명자야, 애 많이 낳은 명자야, 우리 이름들은 이렇게 억척 같은 데가 있단다.

고생인 줄도 모르고 자식 많이 낳아 기른 우리 어머니들의 어여쁜 모습들도 다 거기 있었구나. 박정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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