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사성폐기장 유치…'뜨거운 감자'

"지역경제 역전 찬스"…환경단체는 강력 반발

정장식 포항시장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유치 검토발언과 정부의 대규모 지원조건 등이 맞물려 경북 동해안 시·군 지자체들 사이에 방폐장 유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환경단체 등에서는 반대를 표명해 찬반 논란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포항의 원로 등으로 구성된 포항지역발전협의회는 8일 오후 포항공대에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대책회의를 갖고 유치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할 경우 3천억 원의 특별 지원금과 매년 폐기물 반입 수수료 50억~100억 원이 지원되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유관회사이전 등에 따른 경제발전이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경제의 대역전 기회가 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다만 "안정성 문제를 고려해 포항시와 포항시의회, 주민,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추진대책협의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포항공대 박찬모 총장과 남궁원 대학원장, 고인수 포항가속기연구소장은 포항공대의 전문가팀을 구성, 방폐물 처리장 유치에 따른 안정성 확보대책을 강구하고 처리장의 설계 및 시공 감리에 참여해 안전한 방폐장 건설에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영덕군에서는 후보지가 소재한 남정면에서 8일 원전수거물처리장유치 발기인 준비모임(위원장 최규한)이 발족됐다. 남정면 유치위에는 지난 89년 원전처리장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최규한(50) 준비위원장은 "영덕 경제가 최악이고 이대로 가다 보면 수년 내 인구 감소에다 먹고 살기 어려운 문제로 영덕지역 자체가 몰락이 뻔한 만큼 생존권 차원에서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정면 유치위는 이번 주 중으로 면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서명을 받아 영덕군의회에 유치청원서를 제출키로 하고 9일부터 서명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2천600여 명의 군민서명을 받아 놓은 영덕군 유치위도 유치 움직임에 나섰다. 이선우 영덕군 유치위원장은 "그동안은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갔으나 이제는 탄력을 받게 됐다"면서 "본격적인 군민 설득 작업에 들어 갈 방침"이라고 했다.

울진군도 정부의 울진지역 여론탐색으로 술렁이고 있다.

울진군과 의회 측은 9일 "대통령 비서실 소속 관계자 2명이 8일 울진군의회를 방문, '방폐장 유치지역 3천억 원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이 최근 제정된 만큼 지역발전을 위해 울진도 유치를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으냐'며 방폐장 유치 의사를 타진해 왔었다"고 밝혔다. 이에 울진발전포럼 등 유치 찬성 주민들은 "7만 명의 인구가 불과 몇 년 사이 5만8천 명으로 급감한 울진의 지도를 바꿔보자"며 주민투표 실시를 주장했다.

반대여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포항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포항지역 11개 시민단체는 8일 오전 시청 기자실에서 핵폐기물 처분장 포항유치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시설의 포항유치 검토지시는 '시장이 시민에게 핵 폭탄을 던진 것'"이라 비난하며 "이를 포기하지 않으면 시민과 함께 시장 퇴진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영덕에서는 자생단체인 영근회(회장 김영호)가 "어떤 명분에서도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는 반대한다"면서 "조금의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청정지역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진의 반대 주민들 역시 "정부가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울진 제외론'을 역설해 놓고 이제 와서 다시 불을 지펴 주민분열만 부추기고 있다"며 반발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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