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업은 희망이다-(10·끝)연구개발(R&D)

과거 우리의 굶주림을 해결해 준 것은 1971년 국내에서 개발된 통일벼였다.

지금은 '맛없는 쌀'의 대명사가 됐지만 획기적인 수확량 증산으로 오랜 숙원을 해결해준 '구국의 상징'이었다.

인류가 누에에서 실을 뽑기 시작한 것은 대략 3천 년 전으로 추정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비단이라는 큰 혜택을 주고 '실크 로드'를 만드는 계기도 됐던 누에는 최근 항암·당뇨 치료제로 더 각광받고 있다.

모두 농업기술 발전을 위해 쏟아부은 노력의 결실이다.

새로운 농업 과학기술의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명제다.

농사를 짓는 농민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지자체 차원의 우량품종 육성과 친환경농법 개발, 토종식물의 기능성 물질 추출연구에 소홀한다면 치열한 세계 경쟁 속에 우리 농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영주 축산기술연구소

영주시 안정면 묵리, 경북도 축산기술연구소(소장 성범용·이하 축기연)는 '국내 축산업의 메카'인 경북의 축산관련 기술발전을 이끌고 있다.

22만8천 평에 이르는 드넓은 대지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축기연은 1933년 종축장으로 발족한 이후 우수종축 보급으로 가축 개량에 기여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우연구센터를 설치, 경북형 한우 씨수소 개발 등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한우 고유브랜드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지자체 연구소 가운데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2001년 복제송아지 생산에 성공했다.

또 지난 98년 영남대와 공동으로 토종 돼지·닭의 혈통 복원을 완료했으며 소백산 쑥 돈·청색 계란 등 기능성 축산물 개발에도 앞장서 12건의 특허를 등록 또는 신청 중이다.

쑥 돈 생산기술은 지난 1월 민간업체에 유상으로 이전되기도 했다.

특히 축기연은 소 오줌을 이용한 백혈병 등 난치성 질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연간 150억 원에 이르는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성주 과채류시험장

농사지을 만한 땅이란 땅은 대부분 비닐하우스로 뒤덮여 있는 성주군은 참외 하나로 연간 2천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성주 참외의 명성 뒤에는 경북도농업기술원 과채류시험장(성주군 대가면 대천리)이 있다.

9명의 직원 가운데 6명이 석·박사 연구원들인 이곳은 지난 3년간 SCI(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급 논문 6편 등 20편의 논문을 펴냈다.

참외농사의 최대 난제인 혹선충 해결을 위해 세계적 선충학자 자카울라 칸(42·인도) 박사를 초빙, 지난 2002년부터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책다운 책 한 권 없어 애를 먹던 참외농가들을 위해 재배총서를 발간했으며 소득과 직결되는 영농기술 27건을 농가에 보급, '명품 참외' 생산의 기틀이 됐다.

하지만, 이곳 직원들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농민들을 위한 농자재 분쟁 해결이다.

신용습(41) 연구실장은 "민원피해사례 40%가 농자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내 농가가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며 "덕분에 지난해 전국 44개 농촌진흥기관 가운데 최우수연구팀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안동 생물자원연구소

안동시에서 영주 방면 국도 5호선에 접하고 있는 생물자원연구소는 한국 농업연구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보여주는 곳이다.

1974년 경북도 농촌진흥원 북부분장으로 출발한 이곳의 설립 목적은 통일벼 등 벼 신품종의 지역적응 시험, 쌀 자급자족이 된 이후 90년대부터는 경북 북부지역이 주산지인 마(산약)·참깨·콩의 품종개량과 재배·가공기술 개발을 맡았다.

21C에는 토종 유전자원의 이용도 향상 및 유전공학기술의 농업적 이용이 주된 임무가 됐다.

천연기념물 제52호인 울릉도 특산식물 '섬백리향'을 최근 향수로 탄생시킨 것도 이 같은 맥락이며 마 바이러스의 게놈 분석, 콩 형질전환 기술, 유색 고구마·감자를 이용한 바이오식품 소재 개발, '지치' 등 희귀 유전자원 10여 종의 보존·증식법 개발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봉호(57) 연구소장은 "앞으로의 한국 농업발전을 위해선 R&D분야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이 뒤따라야한다"며 "8명에 불과한 연구인력의 대폭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사진: 성주 과채류시험장에서 2002년부터 혹선충을 연구하고 있는 자카울라 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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