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6년째 부부가 함께 망망대해에 나가 고기를 잡고 있는 이영철(44·영덕군 축산면 축산1리)씨 부부는 6년 전 겨울 갑자기 몰아친 돌풍으로 높은 파도가 일어 배가 좌초 직전에 놓였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너무나 놀라고 충격이 컸던 나머지 당시 현장이 연중 몇 번씩 꿈속에 나타날 정도였다.
이씨 부부는 결혼 후 지금까지 하루 종일 거의 붙어서 살다시피한다.
부부가 같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고 있는지라 떨어질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씨 부부의 하루는 새벽 3시30분부터 시작된다.
남들은 모두 곤한 새벽 잠에 빠져 있을 때다.
아직은 바람이 꽤나 차갑지만 새벽 일찍 나가야 왕돌잠 인근에서 영덕게를 잡아올 수 있다.
부부 외에는 아무도 없는 선상에서 떠오르는 수평선 일출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 유일한 아침 즐거움이다.
"솔직히 누가 꼭두새벽에 나가고 싶겠어요. 다 먹고 살기 위한 것 아니겠어요."
부인 서미영(40)씨는 눈이 떨어지지 않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면서 잠이 모자라 배 위에서 자기 일쑤라고 했다.
가끔씩은 배에서 아침 밥을 해 먹기도 한다.
어둠 속 파도를 2시간 정도 가르면 이씨 부부가 그물을 쳐놓은 곳. 이때부터는 전쟁이다.
"바다 일이 정말 만만찮은데 한참 일하다 아내를 보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 이씨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든다.
부인 서씨는 25세 때부터 배를 탔다.
결혼 이듬해다.
둘은 직장이 있던 울진 후포에서 만나 무작정 축산항으로 와 정착했다.
"1년 후 1t급 배를 한 척 구입했지만 살길이 막막하더라고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경비를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잖아요. 자연스레 제 발길이 배로 향하더라고요. 그게 벌써 16년이나 됐네요."
알뜰살뜰 산 덕에 이씨 부부는 그동안 배를 4번이나 바꾸었고 이제는 9t급 김해호 선주로, 여름철은 오징어, 겨울은 영덕게를 잡아 연간 4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다.
축산항 내 소형어선의 절반 정도가 부부 선원이라는 남편 이씨는 "아내와 함께 배를 타면 우선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술 한잔 먹었다고, 몸 아프다고, 물(파도) 세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선원이 안 나오고…, 생각해 보세요. 배는 나가야 하는데 속이 타들어 갑니다.
"
그간 남들을 고용했을 때 속앓이가 적잖았다는 게 이씨의 하소연이다.
그래서 두말 없이 따라나오는 부인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부부는 둘이서만 의논하면 되고 또 가급적이면 출항하기 때문에 마음 고생도 않는다고 한다.
"남들은 작업 나가 부부가 자주 다툰다던 데 우리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늘 긴장해야 하는 바다에서 서로 위로하고 다독거려줘야 능률도 오르고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작업을 마친 이씨 부부가 다시 항구로 들어오는 시간은 오후 1시 전후. 통상 7시간 정도를 파도와 싸우고 있다.
하선 후 다음 작업은 그물 손질. 이것도 보통 두세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이씨 부부는 고기를 잡는 한 하루 종일 붙어 있지 않을 수 없다.
"새벽에 일 나가기 때문에 아이들한테 따뜻한 밥 먹이지 못한 것이 늘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고교 및 초교생 딸 둘을 둔 부인 서씨는 몇 년만 더 배에 오르면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때쯤이면 하선할 수 있을지…"라고 반문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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