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집증후군, 꼼짝마라

올해 주택업계 화두(話頭)는 친환경 주택 만들기. 그 기본은 바로 '새집 증후군(Sick House Syndrome)' 박멸이다.

'웰빙' 풍조에, 새집 증후군 차단을 목표로 하는 각종 정책 도입 덕분에 친환경 주택이 보편화하고 있다.

최근 '웰빙' 풍조에 부응해 주택업체들은 설계에서부터 마감자재 선택에 이르기까지 입주민 건강을 최우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에서는 주택업체들이 '새 집 증후군'을 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리는데 목표를 두고, 유해물질 차단제를 분양 때부터 적용키로 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가 2004년 5월 30일 이후 사업승인이나 건축승인을 받은 100가구 이상 대단지 공동주택에 대해 준공 전 유해물질수치를 공개토록 한데 이어 당·정이 공동주택 분양 전 실내 공기질 목표치를 사전 공고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정책 등 '새집 증후군' 차단공법 도입은 더욱 가속력을 받고 있다.

◇새 집은 유해물질 도가니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신축 아파트에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보다 최고 10배 높게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건설기술연구원이 환경부 의뢰를 받아 작년 7, 8월 수도권 지역 신축 아파트 75가구의 실내 공기를 측정한 결과 모든 아파트의 포름알데히드 평균농도가 WHO와 일본의 권고 기준인 100㎍/㎥를 넘어 460㎍/㎥나 됐다.

최고치는 1천71㎍/㎥로 권고기준의 10배가 넘었다.

포름알데히드는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유발하는 '새집 증후군'의 주요 물질.

2004년 6월에는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피부병을 앓게 된 어린이와 그 가족에게 시공사가 공기 질(質) 개선비와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신축아파트 박모씨 가족이 6개월 전 이사간 뒤 몸에 두드러기와 가려움증이 생겼다며 건설업체와 용인시를 상대로 1천만 원의 배상을 요구한 조정신청사건에서 건설업체에 마감재 교체비용, 위자료 등으로 303만 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한 것. 건축자재가 방출하는 오염물질 때문에 발생하는 '새집 증후군'에 대한 배상 결정으론 처음이다.

지난해 대구 북구 칠곡지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새 집에 들어간 입주자가 극심한 접착제 냄새 등으로 정상생활이 어렵다며 건설사 측에 보상을 요구, 일정액을 받아내 냄새가 사라질 때까지 다른 집을 임대해 생활한 경우가 있었다.

◇갈수록 규제·기준 강화

최근 몇 년 새 '새집 증후군' 차단을 위한 관련 법안 마련 및 개정이 잇따르고 있다.

▲환경부는 100가구 이상 아파트를 짓는 업체는 '새집 증후군'을 유발하는 물질의 수치를 입주 이전에 측정해 알리도록 한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을 2004년 5월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법안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0일부터 사업계획 승인이나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1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분양업체는 준공 후 입주 3일 전부터 60일 동안 포름알데히드·벤젠·톨루엔 등 7개 물질의 농도 수치를 관리사무소와 출입문 게시판에 붙여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500만 원까지 부과된다.

또 모든 지하 역사와 일정 규모 이상의 찜질방·도서관·의료기관·지하상가·미술관·실내주차장·산후조리원 등 17개 다중이용시설은 공기정화설비를 해야 한다.

미세먼지·포름알데히드·부유세균 등 5개 유해물질 농도가 기준을 넘으면 1천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들 시설을 신축할 때에도 실내공기 오염물질을 일정 기준 이상 배출하는 접착제와 벽지·바닥재 등 건축자재를 사용할 수 없다.

▲2005년 1월 당정은 '새집 증후군'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 등 신축 공동주택의 실내 공기 오염물질의 허용치 기준을 마련하고, 유해 건축자재 사용도 제한키로 했다.

종전까지 찜질방·공연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만 국한했던 유해물질 제한범위를 공동주택으로까지 확대한 것. 이어 2월 몇몇 의원이 발의, 공동주택의 경우 실내공기질 목표치를 분양 전에 공고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동주택의 실내공기질을 분양 후 입주 직전 공고하면 되던 것을 분양 전 시공자가 목표 실내공기질 수준을 사전에 제시토록 한 것.

▲환경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2006년부터 공동주택의 새집 증후군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학물질 등을 방출하는 건축자재 사용을 제한키 위해 내년 하반기까지 공동주택에 사용되는 건축자재에서 방출 오염물질의 배출권고 기준을 마련한다.

현재 다중이용시설의 제한 기준은 접착제의 경우 포름알데히드는 ㎥당 한 시간에 4㎎을 배출하거나 벤젠·톨루엔 등 휘발성 유기화학물질을 10㎎ 방출하면 사용할 수 없다

일반자재는 ㎥당 한 시간에 포름알데히드 1.25㎎, 휘발성 유기화학물질 4㎎ 배출하는 경우 사용이 제한된다.

환경부는 공동주택의 경우 미세먼지보다는 화학적 오염물질로 새집 증후군이 주로 발생하는 점을 감안, 오염물질 전반에 대한 권고 기준치를 마련키로 하고 연내에 신축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실내 공기오염 실태조사에 들어가는 한편 건자재 회사와 전문가 시민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하반기까지 시행규칙을 만들 예정이다.

◇'새집 증후군' 차단제 속속 채택

이달 중 분양하는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택지 내의 '한라 하우젠트 경남 아너스빌(606가구)'을 건설할 예정인 한라와 경남기업은 지역에서 '무(無)새집 증후군 1호' 아파트를 탄생시킨다는 계획 아래 '새집 증후군' 차단제 시공비를 반영하기로 했다.

일본의 ASSIST이화학연구소가 개발, 일본 100여 제품 중 유일하게 국토교통성 인증실험(기준치)을 통과한 고효능 마감재 '씨크제로'를 채택기로 한 것. 국내 기업인 하우징시스템이 독점 수입한 '씨크제로'는 심층 해양수에 존재하는 동식물 플랑크톤 화석이 주원료로, 6~14미크론대의 원적외선파동에너지 방사→공간의 물분자에 공명→물의 분해력 극대화→유해화학물질 분해 및 제거 등으로 작용한다.

수용액 상태로 실내 벽지뿐만 아니라 목재, 새시, 유리 등 모든 내장재에 뿌려도 흔적이 남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한라 최원근 기획총무부장은 "'씨크제로'는 벽지나 마루까지 시공한 뒤 마지막 단계에서 뿌리는 무색·무취 제품으로 공기(工期)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점도 있다"며 "준공 후 유해물질 게시관련 법안이 발효되더라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집 증후군' 제압을 위한 마감재를 시공단계에 포함, 일괄 계약하기는 국내 주택업계에선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최고층으로 건설될 수성구 범어동 뉴영남호텔 뒤편의 주상복합도 이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수성구와 달서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두 건설업체들도 새집 증후군 차단 마감재를 채택기로 하고 관련제품의 품질과 신뢰성, 시공회사의 자금력 등을 점검하고 있다.

◇친환경 자재 홍수

'새집 증후군'이 주택업계가 넘어서야 할 장막으로 다가오면서 이를 차단하거나 줄이기 위한 건자재가 쏟아지고 있다.

수성잉크와 숯을 사용한 친환경 벽지, 숯·맥반석·음이온 등을 이용해 유해물질을 차단시켜 주는 친환경 페인트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친환경 벽지로는 유성잉크 대신 수성잉크로 무늬를 인쇄한 제품들이 있다.

기존 벽지에서 방출되는 유해물질의 약 97%가 유성잉크에서 발생(안료를 희석하는데 사용되는 유기화합물에 유해물질 함유)하기 때문. 수성잉크는 인체에 해가 없는 물을 사용한다.

또 흙 나무 들꽃 황토 등 자연원료를 사용하고, 매캐한 화학물질 냄새 대신 녹차향 쑥향 국화향 등 상큼한 식물향이 나는 벽지도 등장했다.

바닥재 시장에서는 친환경 원료로 대체하고 건조시간을 늘리는 등 공정을 개선해 새집 증후군 유발물질을 방출하지 않도록 한 제품들이 늘었다.

원목을 붙이는 접착제의 유해성을 없애기 위해 최근에는 마루홈을 끼워 맞추는 조립만으로 시공이 가능한 강화마루가 인기다.

이처럼 친환경 제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는 오염을 적게 일으키거나 자원을 절약하는 친환경 제품에 심사를 거쳐 부여하는 환경마크의 대상 제품군이 100종, 환경마크 인증 상품은 1천여 개를 훨씬 웃돌고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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