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납치·살인·도청…심부름센터 '범죄 온상'

#2005년1월='신생아를 구해 달라'는 요구에 생후 70일 된 갓난 아이와 친모를 함께 납치해 아이는 팔아 넘기고 어머니는 살해 암매장한 일당 3명 검거.

#2005년2월=덤프 트럭 기사인 남편 노모(42)씨가 1억 원 상당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알고 남편을 청부 살해, 보험금 6천만 원을 타 낸 혐의 문모(38)씨 구속.

#2005년2월=지난 총선 때 유력 상대 후보 진영 기밀을 탐지해 내기 위해 선거운동원과 친인척 동원해 선거대책본부장 자택에 불법 도청기 설치한 혐의로 이정일 국회의원 소환.

#2005년3월=교수 아버지 죽여 달라고 살인 의뢰한 서울 명문대 출신 20대 구속.

심부름센터에 의해 자행돼 최근 세상에 알려진 충격적 사건들이다. 심부름센터의 불법 행위가 끝이 없다. 휴대전화를 복제하고 도청하는 방법으로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당할지 모른다.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데도 지속적인 단속 외에는 범죄 척결 방법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현황

'의뢰하신 일을 실시간으로', '고객 정보 완벽 보호' 등을 내세우며 심부름센터들이 성업중이다. 최근에는 주로 인터넷으로 업무를 수주받는다. 불법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포 통장이나 대포 차량이 동원된다. 노숙자나 행방불명자들의 주민등록번호가 이용돼 추적조차 어렵게 돼 있다. 최근 전국 심부름센터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벌인 대구지검은 전국적으로 1천400여개, 대구·경북지역에만 88개 업소가 영업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영업방법

심부름센터는 개인 의뢰인들로부터 20만~30만 원을 받고 휴대전화 가입자 정보를 알려달라는 의뢰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들은 점조직으로 연결된 개인정보판매상에게 건당 10만 원 정도를 주고 가입자 조회나 위치추적 등을 통해 정보를 알아낸 뒤 의뢰자들에게 알려준다. 정보 조회는 가장 초보적 업무다.

상대방의 약점을 캐거나 경쟁기업의 비밀을 찾아 내기 위한 특정인 위치 추적도 자유자재로 한다. 개인정보판매상에게 건당 50만 원 정도를 주고 대상 혐의자의 휴대전화 복제를 의뢰하면 정보판매상은 전문 휴대전화 복제업자를 통해 헥사조정프로그램이 내장된 컴퓨터로 휴대전화를 복제해 넘겨준다.

복제한 휴대전화만 있으면 위치 추적은 식은 죽 먹기다. 심부름센터 직원의 휴대전화로 복제 대상 휴대전화 번호를 상대로 친구등록을 하고 즉시 복제한 휴대전화로 친구등록을 승인한 다음 복제한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면 휴대전화의 '친구찾기' 기능이 작동해 심부름센터 직원 휴대전화에 친구로 등록된 상대방 휴대전화 위치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심부름센터는 개인정보 조회나 위치추적 등을 통해 알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범행을 대행해준다.

◇단속

검찰과 경찰은 최근 영아 납치, 청부 살인, 사생활 침해, 협박, 추가비용요구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심부름센터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인 끝에 511명을 검거, 이중 52명을 구속했다. 대구지검은 대검의 특별지시에 따라 3월부터 3개월간 심부름센터 직원의 인신매매, 청부폭력, 불법 채권추심, 사생활조사, 휴대전화 불법복제, 도청을 집중 단속하고 관련자는 전원 구속 수사토록 했다.

◇심부름센터 관리 감독 부재

산업분류표상 기타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있는 심부름센터는 별도의 허가증 없이 세무서에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와 신분증만 제시하면 누구든 사업자 등록을 해주도록 돼 있다.심부름업자들이 사업허가를 받아내기가 이처럼 쉬운 데다 무등록 혹은 무허가 업체들을 별도로 관리감독할 행정기관은 지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대대적으로 심부름업체를 단속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감시기관이 없기 때문에 집중 수사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유사 범죄가 고개를 쳐들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당초 바쁜 현대인들의 일손을 덜어줄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진 심부름센터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범죄의 온상이 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사진:심부름센터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지난 3일 심부름센터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대구지검의 기자회견 장면과 증거품.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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