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광의 재앙-(2)멈추지 않는 오염

중금속 침출수 인근 하천 계곡으로

취재팀이 지난 2일부터 5일간 영양, 봉화, 의성, 문경 등 도내 6개 시·군의 13개 폐금속 및 폐탄광의 오염 실태를 둘러본 결과 11곳이 오염 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산더미만큼 쌓아두거나 폐수와 갱내수를 계곡과 소하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려 보내고 있었다.

1940년 전후 채광을 시작했던 광산들은 문을 닫은 이후에도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인근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의성 옥동 폐광산

1936년부터 52년간 금, 은, 동, 납, 아연을 캔, 갱구만 9개인 대형 폐광산이다.

이곳은 '오염덩어리'였다.

광미(중금속이 포함된 광석가루)적치량만 9만3천125㎥. 높이는 20m, 넓이는 축구장만 했다.

광미장 위에 1.5m 두께로 복토를 했지만 풀이 나지 않는 곳이 반 이상으로 오염 정도를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광미 유실을 막기 위해 옹벽을 설치했으나 무용지물. 광미장 침출수가 옹벽 아래 개울로 흘러들고 있었기 때문. 옹벽 아래 자연 바위들은 시퍼런 오염물질로 뒤덮였다

광미장 옆 우수로 역시 갱내수가 그대로 흘러 바닥을 검붉게 물들였고, 우수로 벽은 오염돼 무지개 빛을 띠었다.

갱내수는 최근 환경부 조사에서 수질오염도가 하천수 수질기준(카드뮴 0.01㎎/ℓ)을 초과(0.183㎎/ℓ)했다.

또 침출수와 갱내수는 광미장 아래 개울로 흘러 개울 교차 지점 경우 광미장 침출수와 갱내수가 흘러든 곳은 바닥이 검붉게 물든 반면 반대쪽은 맑은 물이 흘러 확연히 구분됐다.

이들 물은 마을 앞 하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옥산면 신정태 총무담당은 "광산 인근의 주민들 경우 간이상수도를 설치, 지하 150m의 지하수를 퍼내 물탱크에 저장한 뒤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오염원은 더 있다.

광미장과 갱 구 사이의 계곡에 위치한 폐선광장 경우 광미가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그대로 방치돼 있다.

폐선광장 주변에는 폐석과 광미가 돌계단을 이루고 있지만 상당수는 계곡 물로 인해 유실돼 있었다.

특히 광미장 위 우수로 입구도 유실돼 폐선광장과 폐석 및 광미 돌계단을 거친 오염된 물이 광미장으로 그대로 흘러든 흔적이 뚜렷했다.

◇봉화 금호

납, 아연 광산으로 원광석만 최고 연 36만t을 캐낼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이곳은 축구장 크기만한 광미장이 2군데나 된다.

4일 찾은 광미장 중 한 곳. 옹벽이 오래된 탓에 일부에 균열이 발생했고, 균열된 곳에서는 침출수가 흘러 나와 길 옆을 검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광미장 밑 폭 50cm 정도의 수로에도 샛노란 침출수가 흐르고 있었고, 고약한 냄새도 났다.

40년 전부터 폐광산 인근에 살고 있는 전직 광부 박모(61)씨는 "과거 옹벽이 없을 때는 광미를 그냥 노천에 쌓아 뒀다"며 "광미장 위에 복토를 하고, 생명력이 강한 아카시아나무를 심었는데 반은 죽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광미장 100m 아래에는 갱내수를 자연정화하기 위해 8개의 침전조가 설치돼 있지만 역시 있으나마나였다.

광산의 이상권 관리부장은 "갱내수가 8개의 침전조를 거치면서 자연 정화된 뒤 하천으로 흐르고 있어 별 문제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갱내수에서 첫 침전조 사이 수로는 온통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또 8개의 침전조는 기능을 상실한 듯 폐가처럼 방치됐고, 물은 모두 푸른색이었다.

더욱이 광미장 침출수와 갱내수가 흘러든 계곡은 봉화의 청정계곡과는 딴판이었다.

계곡 바닥에 검은 침전물이 잔뜩 쌓였고, 기자가 막대기로 휘저어보니 물이 금방 흙탕물로 변했다.

오염된 강바닥을 옮겨놓은 듯했다.

이 물 역시 낙동강 상류인 안동댐으로 흐른다.

◇영양 일월

갱구 수 12개인 대형 광산이다.

이곳 광미장은 수십 년간 방치, 계곡을 오염시키다가 2001년 정부의 오염방지사업으로 오염원이 차단됐다.

하지만, 광미장에서 1km 떨어진 일월산 계곡에 위치한 갱구 인근에는 광폐석더미들이 계곡 물에 유실됐거나 옹벽 없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더욱이 일월산 등산로 초입에는 중금속 오염 여부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갱내수를 약수로 사용하고 있었다.

주민 조형호(63)씨는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이 갱내수를 약수로 알고 마시고, 가져온 물통에 담아가고 있다"며 "물을 마시지 말라는 안내문 표지판도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부러진 뒤 사라졌다"고 했다

영양군 한 공무원은 "지난 몇 차례의 수질검사에서 음용수로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봉화 진곡

어떤 광물을 캤는지, 광업권자, 채광일, 폐광일 등 기록이 아예 없다.

단지 주민들로부터 수십 년간 금, 은 등을 주로 캤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농로 옆에는 가로 20m, 세로 20m, 높이 10m 정도의 광미더미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으나 옹벽 등 안전시설이 없어 아무렇게나 내버려져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날릴 정도였다.

일부는 부직포를 덮어뒀지만 곳곳이 썩어 너덜거렸다.

더구나 광미더미 위는 콩밭으로 돌변해 있었고, 더미 아래에는 농수로가 위치, 침출수가 흘러들 가능성이 커 보였다.

광산 아래 1km쯤 떨어진 곳에 약수터가 있다.

◇봉화 옥방

이곳은 2002년과 2003년 두 차례의 태풍으로 폐광 앞 도로와 폐광산 일부가 유실됐다.

이 과정에서 광미더미는 사라져 버렸다.

3개의 광폐석장 중 2개는 무너져 광폐석들이 하천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고, 1개 역시 돌망태로 받치고 있지만 너무나 허술한 데다 급경사를 이뤄 곧 허물어질 것 같았다.

◇봉화 연화

갱구 수 16개, 추정 광미적치량만 400만㎥의 경북 최대 규모. 광미장 경우 거대한 산으로 보면 쉽게 이해될 정도다.

봉화와 태백사이에 걸쳐 있는 이곳은 93년까지 34년간 납과 아연을 캤다.

광폐석장에는 돌망태가 유실을 막고 있지만 곳곳이 유실돼 흘러내린 흔적이 뚜렷했다.

광미장도 미관을 위해 나무를 심었지만 고사한 나무가 더 많았다

폐선광장 경우 별다른 보호조치 없이 방치돼 황갈색의 침출수가 발생하고 있었고, 갱구에서 발생한 갱내수도 하천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인근에는 열목어 서식지인 백천계곡이 자리하고 있다.

◇봉화 산막

납과 아연, 갱구 수 12개의 대형 폐광산이다.

이곳도 광미적치량이 5만4천㎥나 된다.

하지만, 다른 폐광산과는 달리 2개의 광미적치장이 유실 위험이 큰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아니나 다를까 계곡 아래에 위치한 광미장 1개는 대부분이 유실됐고, 위쪽 광미장도 유실이 진행되고 있었다.

실제 계곡에는 떠내려온 광미더미가 폭넓게 분포하고 있었다.

실제 봉화군에 따르면 구리, 납, 아연, 카드뮴 등의 오염물질이 광미장, 폐선광장, 하천 등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고, 토양 대책 및 우려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하류에는 어류와 수생 생물이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문경

문경폐탄광 경우 2개 지역에서 갱내수가 약한 지반을 뚫고 하천으로 흘러 하천 바닥과 수로를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또 은성폐탄광 앞 하천 경우 지하 갱도에서 발생한 갱내수가 하천 바닥을 뚫고 여러 군데 표출, 인근을 하얗게 도배하고 있었다.

이들 물 역시 페탄광 앞 하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흐른다.

문경시 송만식 수질지도담당은 "붉은 색은 철분 성분이, 하얀 색은 알루미늄 성분이 많이 함유됐기 때문이며 수질 검사 결과 오염 기준치를 넘지는 않는다"고 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 기자 all4you@imaeil.com 의성 이희대· 봉화 마경대기자사진: 광미장 침출수가 길을 검붉게 물들이고(왼쪽), 오염된 침출수와 갱내수가 하천으로 흘러 깨끗한 물까지 오염시키고 있다(가운데). 또 갱내수를 약수로 마시고 있는 등 폐광산 오염 관리가 겉돌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