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외길만이 아니라 대학 총장으로 꽃을 피운 지역 인사도 많다.
총장은 존경받는 학계 어른 중에서 추대된다.
또 대학 이사장과 교분이 깊고 추진력과 리더십, 동료 교수와의 대인관계도 두루 좋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갖췄고 학계 평판이 좋아도 총장이 되기란 쉽지 않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서 종합대학 총장으로 재직 중인 지역 인사는 9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화가가 본업인 이가 있는가하면 의사, 목사, 시민단체 활동, 혹은 CEO로 명성을 쌓은 총장도 있다.
우선 서정돈(徐正燉·62·대구) 성균관대 총장은 경북사대부고 출신(61년 졸업)으로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다 성균관대에 의과대학 설립인가(1997년)가 나면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의대 학장을 거쳐 지난 2003년 총장으로 선임됐다.
김영대 대성그룹 회장과 김유조 전 건국대 부총장, 최용호 경북대 교수가 고교 동기다
서 총장은 "개인적으로 초·중·고교 모두 공립을 나왔고, 대학도 국립을 다녀 사립대학의 경험이 없지만 대학의 창의성이 존중되고 변화에 대응하는 순발력을 갖추려면 사립이라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수로 서울에서 7번째로 큰 대학인 국민대에서는 대구·경북 출신이 아니면 총장 자리를 기대하지 말아야 할 정도다.
현승일(玄勝一·칠곡)·정성진(鄭城鎭·영천) 전 총장에 이어 김문환(金文煥) 총장까지 연속해서 지역출신이 맡았다.
김 총장은 의성 출신으로 경북고(64년 졸업)와 서울 법대를 나와 79년 국민대에 부임, 법학연구소장과 법과대학장을 거쳐 지난해 2월 총장이 됐다.
그는 경북고 2년 선배인 한나라당 안택수, 3년 후배인 강재섭, 11년 후배인 열린우리당 김부겸, 국민대 법대 제자인 열린우리당 서갑원 의원 등 고교 선·후배와 국민대 제자들과 친분이 두텁다.
DJ 정부시절 교육부총리를 역임했던 이상주(李相周·68) 성신여대 총장은 경주가 고향이지만 부산사범학교를 나와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그러나 교수출신이지만 이력이 다채로워 성신여대를 제외하고도 강원대·울산대·한림대 등 4개 대학 총장과 청와대 비서실장·교육문화수석,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을 거쳤다.
교육계에 이만한 이력은 한완상(韓完相) 전 통일부총리를 제외하고 거의 없다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반(反) 전교조 입장을 대변하는 바람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미술작가상' 수상자인 서명덕(徐明德·55·의성) 상명대 총장은 작가출신 총장으로 두 번째다(첫 번째는 이대원 전 홍익대 총장). 학부에서 응용미술을 전공, 27세 때 홍익대 교수로 임용됐지만 상명대로 옮겨 19년 만에 총장직에까지 올랐다.
서 총장은 "어린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대학진학 무렵 그림을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하느냐를 두고 고민했었다"며 "그러다 헤르만 헤세의 '지와 사랑'을 읽고 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고 회상했다.
'행동하는 지성'으로 줄곧 기독교윤리실천 운동을 해온 손봉호(孫鳳鎬·67·포항) 동덕여대 총장은 경주고(57년 졸업)를 나왔다.
유강하 가톨릭상지대학 학장과 성희구 전 경북경찰청장이 고교동기며 김일윤 전 의원과 이정락 변호사는 1년 후배다.
손 총장은 지난해 서울대 교수를 퇴임한 뒤 학내분규 사태를 겪던 동덕여대 총장에 선임돼 마음고생이 심했단다.
"처음 총장 선임 얘기를 들었을 때 눈앞이 캄캄해서 찬물을 몇 잔이나 들이켰다"던 그는 지금까지 분규를 잘 수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정행(金正幸·62) 용인대 총장은 포항출신으로 한국 스포츠계의 산 증인이다.
대건고(61년 졸업)와 용인대 전신인 대한유도대학을 졸업했으며 국가대표로 67년 도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 은메달을 땄다.
김 총장은 1994년부터 총장으로 부임, 용인대를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산실로 탈바꿈시켜 IOC훈장까지 받았으며 1995년부터 대한유도회를 이끌어 왔다
안동고(57년 졸)를 나온 홍기형(洪基亨·66·안동) 대진대 총장은 중앙대 교수로 20여년간 근무한 뒤 중앙대 부총장을 거쳐 2001년 대진대 총장 공채에 응모, 선임됐다.
금창태 시사저널 대표가 고교 동기다.
홍 총장은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현지에도 캠퍼스를 설립, 올해부터 정규 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서광수(徐光洙·62·대구) 삼육대 총장은 대구시 침산동 출신으로 경북대 농대(67년)와 삼육대 신학과(75년)를 졸업한 뒤 삼육대 교수와 서울 잠실교회 목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총장으로 선임됐다.
직전 총장이던 남대극 전 총장도 울진출신이다.
기독교 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평택대(옛 피어선 대학)의 조기흥(趙基興·73·예천) 총장은 95년부터 11년째 총장직을 연임하고 있다.
또한 웬만한 명문대학 이상의 명성을 가진 한국학중앙연구원(옛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는 윤덕홍(尹德弘·58·대구) 전 교육부총리가 원장으로 있다.
연구원장은 한국 지성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가는 자리로, 위상이 '총리급' 이상이란 평가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윤 원장은 지역 출신 고병익(2대·문경)·정재각(3대·상주)·이상주(11대·경주) 전 원장의 맥을 이어 13대 원장직을 수행 중이다.
대학원 대학 총장으로 통·번역 전문대학원인 서울외국어대학원 대학의 김정국(金正國·66·의성) 총장, 예일신학대학원 대학의 문선재(文善在·71·봉화) 총장이 있다.
김 총장은 학자가 아닌 CEO 출신으로 현대중공업 사장과 현대건설 회장, 인천제철 회장을 역임하는 등 주로 현대 계열사 '오너'로 있다가 지난해 부임했다.
문 총장은 안동고를 졸업(52년)한 뒤 강원대·한남대 교수를 거쳐 강원대 총장(92~96년)을 역임했고 99년부터 예일신학대학원 대학 총장을 맡고 있다.
한편, 총장에서 퇴임한 뒤 (명예)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는 인사들도 많다.
작고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손으로 모두 꼽기가 힘들 정도다.
우선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수성(李壽成·68·칠곡) 전 서울대 총장과 전 통일부총리인 한완상 상지대·한성대·한국방송통신대 전 총장(69)이 있다.
학계의 '마당발'인 이 전 총장은 지금까지도 직함이 5개(서울대 명예교수,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등)나 될 정도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한 전 총장은 충남 당진 출생이지만 두 살 때 대구로 이사한 뒤 경북고(55년 졸업)를 나와 사실상 지역 사람이다.
그는 민주화 운동으로 교수직 해임 등 갖은 고초를 겪었으나 이후 3개의 대학을 옮겨가며 총장을 역임했고, 지금도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활동하고 있다.
현승일·정성진 국민대 전 총장도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 전 총장은 16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정계에 데뷔, 국회 교육위원으로 활동했으며 17대 때는 불출마를 선언한 뒤 정치학 교수로 다시 강단에 섰다.
정 전 총장은 지난해 8월부터 정부 산하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장관급)으로 선임돼 총장 시절보다 더 바쁘게 지낸다.
김용한(金容漢·75·대구) 전 건국대 총장은 경북고(50년 졸)와 서울대 법대 대학원(57년 졸)을 나와 고시를 보지 않고 줄곧 학자의 길을 걸었으며 67년 건국대 교수로 부임, 지난 88년 총장에 선출됐다.
법학분야 학문발전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학술원 회원도 역임했다.
이희범(李熙範·56·안동) 전 서울산업대 총장은 산업자원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뒤 2003년 4월 총장으로 취임했지만 그해 12월 산자부 장관에 선임되는 바람에 부득이 학교를 떠났다.
서인석(徐仁錫·67·대구) 전 서강대 총장은 총장(85~89년)직을 박홍(朴弘·64·대구) 전 총장에게 물려준 뒤 대구로 내려와 대구가톨릭대 종교·신학과 교수로 재직,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박 전 총장도 최근 서강대 재단이사장으로 복귀했고, 윤성천(尹性天·66·대구) 전 광운대 총장은 정부의 노사정위 구조조정특별위원장, 이정무(李廷武·64·선산) 전 한국체대 총장은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 활약 중이다.
영천 출신인 김한주(金翰周·74) 단국대 초빙교수는 지난 85년 경기대의 초대 총장을 역임했었다.
이 밖에 이지관(李智冠·73·포항) 전 동국대 총장, 김용일(金勇一·70·상주) 전 가천의대 총장, 이강숙(李康淑69·대구)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조규철(曺圭哲·68·김천) 전한국외국어대 총장, 이진설(李鎭卨·66·선산) 전 안동대·서울산업대 총장도 명예교수로 다시 강단에 서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또 최기문(崔圻文·53·영천) 전 경찰청장은 지난 2001년 국립 경찰대학장을 역임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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