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폐광 오염을 막기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광산지역 공해(광해) 방지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팀이 경북도 6개 시·군의 폐금속광과 폐탄광을 둘러 본 결과 대부분의 사업이 '눈 가리고 아웅 식'이었다. 출발부터 잘못됐거나 정확한 오염조사 없이 형식적으로 설치한 시설들이 많았다.
◇부실공사-폐금속광산
울진군 온정면 금장 폐금속광산. 일제강점기 때 개광해 납과 아연을 주로 캤다. 1977년 폐광 이후 25년간 방치되다 2002년 6억5천만 원을 들여 광해방지사업을 한 곳이다. 하지만 2년 전 태풍 매미 이후 무용지물로 변했다. 옹벽 일부가 파손돼 광미가 인근 하천과 계곡으로 유실되고 있는 것. 출발부터 문제였다. 광미 더미가 계곡 곳곳에 산재해 있었지만 아예 옹벽을 쌓지 않거나 대충 쌓아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
이곳뿐만이 아니다. 대구환경청이 지난해 11~12월 광해방지사업(예산 248억 원)을 실시한 도내 19개 폐금속광산의 사후관리 실태를 보면 절반이 넘는 12곳에서 크고 작은 부실이 드러났다.
취재팀이 현장을 확인한 청송 지소 폐금속광산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2001년 광해방지사업 실시 이후 발생한 각종 건축 폐자재들이 아직까지 널브러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군위 수철 광산은 좌측 우수로 일부가 유실돼 추가 붕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또 봉화 연화 광산은 2002년 태풍 '루사'로 옹벽 일부가 무너져 하천과 계곡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폐금속광산 오염방지사업이 이 같은 부실로 이어진 데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 광해방지사업이 광업법(산업자원부), 자연환경보전법(환경부), 산지관리법(산림청),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건설교통부) 등 '부처 따로 사업 따로'였던 것.
취재 현장에서 만난 폐금속광산 관계자들은 광해방지라는 이름만 달았을 뿐 실제는 '광해방지'가 안 된 사업들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광미와 폐석 덩어리가 유실되는 것을 막는 옹벽만 설치했을 뿐 오염덩어리인 광미가 인근 하천이나 계곡으로 흘러드는 것을 방지하는 차수 및 복토시설은 외면해 왔다는 것이다.
도내 19곳의 폐금속광산 중 차수시설이 아예 없는 폐금속광만 8곳에 달했고, 예천 금좌 광산 경우 광해방지가 아닌 엉뚱한 농경지 복원사업을 해 옹벽, 차수, 우수로 등 모든 방지시설이 전무했다.
겉치레에 그친 사업도 많다. 영덕 서점 광산 경우 방지사업 지역은 그나마 관리되고 있지만 200여m 떨어진 인근 계곡의 광미적치장은 아무 시설도 하지 않아 토양 및 수질 오염과 폭우 때 유실될 우려가 높았다. 의성 옥동 광산 또한 사업지역 외에 광미, 광폐석이 많아 주변 하천과 계곡으로 계속 유실되고 있었다. 울진 폐금속광산도 광미장 일대는 옹벽, 차수, 우수로를 설치했지만 갱구는 방치해 주변 폐석 상당량이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
예산 배분과 우선 순위도 원칙이 없다. 의성 옥동 광산 경우 광미량이 9만3천㎥에 이르는 대규모 광산인데도 불구하고 국비 1억3천600만 원만 투입된 반면 광미장 면적이 5천317㎥로 옥동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군위 수철 광산에는 국비 4억1천만 원을 들였다. 또 도내 폐금속광 62곳 중 실태 조사가 이뤄진 광산은 절반을 조금 넘는 32곳에 그쳐 어느 곳부터 먼저 사업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실정이다.
◇부실공사-폐탄광
문경시 가은읍 왕릉리 양산천. 경북 최대 탄광이었던 은성광업소가 1939년부터 94년까지 55년간 석탄을 채굴하면서 하천 지하에 수많은 갱도를 뚫은 곳이다. 하천 바닥에서 솟아나는 갱내수만 1일 1천t(㎥)을 넘는다. 이에 따라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은 지난 2001년 8천300만 원을 들여 하천 일부를 흙으로 메우고 억새, 부들, 줄풀 등의 수생초를 심는 자연정화처리시설을 설치했다. 하지만 4일 찾은 이곳은 폐허와 다름없었다. 지난해 장마 때 가로 20m, 세로 10m 규모의 자연정화처리시설이 통째로 유실된 것. 테두리에 깔아 놓은 멍석들은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하천 바닥은 광범위하게 백화, 황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백화는 알루미늄, 황변은 철 성분에 의해 발생한 것. 주민들은 "비가 많이 오면 하천 가장자리 전체가 하얗고 붉게 변할 정도로 오염 수준이 심각하다"고 했다.
같은 날 호계면 견탄리 문경탄광 인근 영강천. 황갈색 갱내수가 암벽을 뚫고 하천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이곳은 경북8경 중 제 1경인 진남교반과 불과 수백m 내에 위치한 곳. 문경시 송만식 수질지도 담당은 "벌써 10년째"라며 "수질검사 결과 철분 오염 정도는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양이 많고 관광객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시에 따르면 시내 폐탄광은 모두 36개소에 이르고 이 중 15개 광산에서 갱내수가 유출되고 있지만 자연정화처리시설을 설치한 광산은 단 5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2곳은 시설 노후로 처리 능력이 떨어져 개·보수가 시급하다고 한다.
시는 또 지난 2003년부터 자체 조사 결과 정화시설이 필요한 폐탄광으로 삼창, 문경, 대정 3곳을 선정하고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에 예산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국내 경우 기계식 정화시설 개발이 전무해 모든 폐탄광에 자연정화시설만 설치하고 있는데, 특히 하천 자연정화시설은 폭우시 유실 가능성이 높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것. 정부는 1986년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 출범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창 160t, 문경 125t, 대정 39t 등 3개 폐탄광에서 하루 324t의 갱내수가 인근 산림, 도로, 하천 바닥 등을 붉게 물들이며 낙동강 상류로 흘러 들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은 중금속 오염 등 광산 공해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으로 광해방지법을 발의, 올 초 공정회를 거쳤다. 향후 국회에 상정돼 통과할 경우 폐광 포함, 광산에 대한 오염 방지가 한층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광해방지법은 중금속 유출 등 광해로 인한 자연 환경 훼손 및 국민 건강 침해 수준 등을 정밀 조사해 체계적이고 근원적인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 또 산자부, 환경부, 농림부 등에 분산된 광해방지사업을 산자부가 총괄하고, 광해방지사업단을 신설해 광해방지업무의 전문성, 일관성, 안전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폐광지역의 지자체 관계자들은 전담기구 설립도 중요하다고 했다. 경북도 및 23개 시군의 광산업무 전담 공무원은 단 1명에 불과해 체계적 관리가 사실상 안 되고 있다. 따라서 사후관리를 담당할 전문 인력을 확보한 뒤 전문기관과 연계해 정기적으로 토양, 수질, 농작물, 인체 내 오염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정기적 유지관리를 위해 폐금속광산의 입지, 지형, 규모 등을 고려한 지리적 유형별 표준복원 모델을 개발하고 사후관리 지침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획탐사팀=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청송 김경돈 의성 이희대 기자
사진:폐금속광산에 대한 오염 방지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무너져 내린 폐선광장을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는 청송 지소 폐광산.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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