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쇼핑 1번지 동성로…"이젠 옛말이죠!"

"사람은 넘쳐나는데 도무지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겉보기에는 매일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것 같아도 실제 물건을 사는 사람은 20명에 한 명꼴도 안됩니다.

"

11일 오후 대구 중심상권인 중구 동성로. 이곳에서 보세 옷가게를 하는 권모(42)씨는 "매장 인테리어도 바꿔보고 '폭탄 세일'도 시도해봤지만 매출은 바닥세를 면치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일명 '야시골목'과 '로데오거리' 역시 최악의 상황. 동성로 인근 부동산업자들은 "점포 권리금이 없어질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점포가 빠져나가고 소위 '땡처리' 업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거리면 결국 상가 전체 이미지가 추락하기 때문에 건물주가 권리금을 대납하고라도 제대로 영업하는 점포를 유치하려는 분위기다.

'고육지책'이나 다름없지만 이마저도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다.

ㄷ부동산 양모(43)씨는 "야시골목 쪽은 경기가 완전히 죽어버려 권리금이 없는 곳이 많고, 로데오거리도 10평짜리 점포 권리금이 1억 원에서 5천만 원 선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헤어날 줄 모르는 불경기의 여파는 대구의 대표적 대형 보세의류매장인 엑슨밀라노와 밀리오레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2001년 문을 연 엑슨밀라노는 500여 개 자리에 400여 개 점포가 입주해 약 80%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회복에 대해서 비관적이다.

밀리오레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7개 층을 사용하며 점포 수도 1천여 개에 이르렀지만 개장 4년째를 맞는 현재는 입주 점포가 200여 개로 줄었고 그나마 2개 층만 사용하며 나머지는 텅 비어있다.

그렇지만, 동성로 상인들은 지하철 2호선 개통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교통이 편리해지면 젊은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2호선과 연계된 반월당과 봉산육거리 지하상권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면 동성로를 비롯한 전체 중심 상권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

롯데백화점 개점 이후에도 상권이 한일로 북쪽으로 당겨지지 않았다는 밀리오레 관계자는 "한일로 남쪽을 드나드는 고객들이 메트로센터로 몰릴지는 몰라도 북쪽에 위치한 우리는 별다른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보다 동성로 상권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엑슨밀라노 관계자는 "아직 상권 이동 기미는 보이지 않고, 지하철 2호선이 개통돼야 알 수 있다"며 "메트로센터가 브랜드상품 위주가 될 것이므로 보세의류를 취급하는 우리에게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성로 한 의류점 주인은 "반월당, 봉산육거리 지하상가가 북적이면 결국 중심상권 유입인구도 늘고, 또 외곽지 아울렛 매장에 빼앗긴 젊은 고객들도 다시 동성로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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