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버들강아지에는 하늘거리는 영혼이 있다 봄날을

따라다니며 쫑알거리는 강아지의 흰 털도 버들강

아지와 같은 종족임을 알겠다

한 영혼을 음양이 나뉘어서 하나는 어둔 땅 아래

뿌리를 가져 식물이게 하고 다른 하나는 어둠을 뇌

수 안에 가두어 강아지처럼 돌아다니게 한 것이다

송재학 '버들강아지'

그의 시를 읽고 난 나는 한참이나 침묵에 잠긴다.

그만큼 여운이 깊다 하겠다.

지금 내 눈앞에는 온통 하늘거리는 영혼뿐인, 봄날의 보드라운 털 송송한 갯가의 버들강아지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뽀송뽀송한 흰 털 날리며 종일을 돌아다니는 어린 강아지 모습뿐이다.

그들은 서로 닮았다.

한없이 떨리는 그들의 영혼으로 보아 한 종족이기도 하겠지만 한 자매이기도 하겠다.

앉은뱅이로 태어나 갯가에서 하늘거리는 버들강아지가 꿈꾸는 세계를, 바지런히 돌아다니며 인정이 많은 동생 어린 강아지가 또 물어다주고, 물어다주면서, 갯가 버들가지 아래서 잠들어있는 것을 나는 보았으니까. 박정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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