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 용돈 '빈익빈 부익부'

노인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용돈 문제'일 것이다.

경북 상주지역 노인들을 찾아 용돈 문제에 대한 고민과 사정 등을 들어봤다.

기자가 만난 상주 지역 노인들의 한 달 용돈은 5만 원에서 50여만 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었지만, 10만~20만 원이 가장 많았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노인층에서도 뚜렷했다.

칠순이 넘는 고령이라 할지라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읍·면지역 노인들은 의외로 도시지역 노인보다 씀씀이가 컸다.

상주시 이안면 무릉리 김진출(72) 할아버지는 "이발과 목욕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라도 한 잔하게 되면 20만 원은 족히 쓰게 된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농사일을 하기 때문에 농산물을 판 돈으로 용돈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 마을 홍응용(75) 할아버지는 "농촌 노인들이 농사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재산 등 경제력에 대해서 노인들은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보유 농지의 재산적 가치는 형편 없는 반면 씀씀이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다는 답이 많았다.

농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일부 노인들은 영농자금 등 빚으로 생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했다.

자식들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거나 자신이 생활보호대상자인 노인의 경우 3만~5만 원으로 한 달을 버티는 극빈 생활을 하고 있었다.

상주시 신봉동 김효식(68) 할아버지는 "자식들의 살림살이 형편에 따라 씀씀이 수준이 결정된다.

돈벌이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 쓴다"고 했다.

그러나 자식들이 보낸 생활비에서 주택 관리비와 통신요금, 식재료비 등을 빼면 용돈은 10만 원도 채 안 된다고 했다.

신순연(67·상주시 신봉동) 할머니는 "바깥 노인들이야 술·담배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용돈이 필요하지만 우리 같은 할머니들은 별도의 용돈이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이들의 경우 연금이나 노후 대비 자산을 갖고 있지 않아 상주시내 복지시설이나 종교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무료 급식소를 찾아 점심을 먹거나 경로당에서 라면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재산관리를 직접 하거나 공무원 출신의 노인들은 씀씀이나 노후생활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건물이나 땅 등 재산을 직접 관리하면서 자식들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있으며 게이트 볼, 등산, 요가, 에어로빅 등 각종 건강관리를 위한 여가활동도 하고 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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