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공산 산자락의 임종태씨의 집

'대칭'은 아름다움의 전형적 조건이다. 팔공산 산자락에 위치한 임종태씨의 집은 이런 조건을 갖췄다. 그래서 아름답다.

건물 중앙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룬다. 여기다 크고 작은 소나무를 좌우에 각각 심어 균형을 잡았다. 역시 좌우에 비슷한 형태의 전원주택을 한 채씩 거느려 대칭의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한마디로 잘 만들어진 '데칼코마니' 작품.

그러나 아름다움에는 묘한 불균형이 있다고 했던가. 대칭이지만 좌우 각각의 개성이 있다. 높낮이가 다른 창문, 굴뚝과 현관이 이 변화의 주인공. 아름답지만 싫증나지 않는 이유다.

한 마리 새가 양날개를 접고 사뿐히 내려앉은 모습이다. 지붕은 새의 깃털처럼 석가래를 5겹으로 겹쳐 만들어 금새 자리를 박차고 날아갈 것 같다. 건물을 휘감고 있는 벽돌이 청초하고 단아하다.

밝고 산뜻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유럽풍의 고풍스런 멋이 풍긴다. 돌기둥과 대리석 바닥, 나무벽, 아치형 창문이 성당에 온 것 같은 엄숙함과 중후함을 더해준다. 박제된 꿩, 매가 낮선 손님을 노려본다.

그러나 무거운 분위기를 중세 유럽풍의 샹들리에 조명이 깊고 은은한 분위기로 만든다. 짙은 색의 엔틱가구도 집안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중후한 분위기 만큼이나 단단하다. 일반 주택의 경우 기둥에만 콘크리트 기초작업을 하지만 이 집은 바닥, 천장 모두에 기초작업을 했다. 그래서 습기가 차지 않고 구조적으로 안정돼 있다.

집은 손본 만큼 보여주는 법. 구석구석 주인이 신경 썬 흔적이 역력하다. 처음 지었던 분위기를 바꾸어서 3년이 지난 지금에는 백송과 홍송을 적당이 썩어서 내부 공간을 온통 목조로 만들었다. 게다가 창문을 작게 내 방범에도 신경을 썼다.

또 황토 굽은 벽돌로 부엌입구를 장식, 식욕을 돋군다. 2세대가 살기 위한 구조로 만들어진 집에는 2층이 필요할 경우 증축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도 훌륭하다. 이중 안방으로 잠만 잘 수 있는 곳을 따로 만든 것도 특이하다.

그러나 단연 압권은 계단식의 독특한 구조. 거실, 부엌, 반 2층 높이에는 비디오 감상을 겸한 차실을 별도로 마련했다. 거실은 낮추고 다시 부엌공간을 그보다 높게 또 그 위에는 차실이 있다.

이들 공간을 하나로 묵어 30여평 되는 내부가 훨씬 넓어 보인다.

타 전원주택에 비해 마당은 아기자기한 편. 정원은 관리할 수 있을 만큼만 필요한 것이지 무조건 넓기만 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주인의 설명이다. 더구나 눈앞에 펼쳐진 자연이 모두 정원이 아닌가.

집앞으로 난 테크 공간에 마련된 흔들의자에 앉아 보니 집앞으로 펼쳐진 도덕산 산자락이 손에 잡힐 듯 하다.

무덤만한 미니 동산은 주인이 가장 아끼는 보물1호다. 동산 중앙에 소나무를 중심으로 연산홍이 조경석 틈 사이로 꽃을 피우고 양생초가 나무 옆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거뭇거뭇한 이끼에 파란물이 들기 시작한다.

"해떨어지는 저녁의 황혼이나 그 다음시간에 잔디 위의 등에서 나오는 불빛과 어우러진 정원, 눈에 보이는 자연의 모습들은 하나 같이 내 마음을 울렁이게 합니다"

사진=박순국 편집위원 tokyo@imaeil.com

#정용의 500자평

대구에 사는 우리에게 신천과 팔공산이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할 정도로 마음의 고향이요 안식처이다. 이런 이유인지 몰라도 팔공산 남쪽으로 대구시에는 중대동, 용수동, 신용동, 덕곡동이 전원주택지로 각광을 받고 있고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쪽에는 단지형 전원주택지로 방문객들에게 부러움을 사는 지역이다. 대구 지역에서 전원주택의 신축이 가장 왕성한 지역이 동명면 기성리인 것 같다.

임종태씨는 전원주택 단지내 200여평의 대지를 구입했다. 삼대가 적선을 해야 얻을 수 있다는 동대문에 남향의 집이고 집앞에는 660m가 되는 도덕산이 노적봉이 되어 앉아있다.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전원을 만끽하기 위한 생각만으로 외딴곳에 혼자 살다보면 해만 떨어지면 적막강산에 TV와 씨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임종태씨는 조용하고, 공기도 좋고, 더불어 살면서 이야기 할수 있는 전원주택에 살기 위해서는 단지형 전원주택에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종태씨가 살고 있는 전원주택단지에는 17세대 중 10세대가 살고 있고 단지세대 중에 총무를 두어 지하수, 가로등 등을 공동 관리한다고 한다.

"아침에 문을 열면 상쾌한 공기 등은 혼자 느끼고 마시기는 너무나 아깝습니다."

봄이 되면 잔디에 앉아있는 생각을 할 때면 봄을 맞을 때마다 설래인다는 임종태씨는 팔공산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를 즐길 줄 아는 팔공산 매니아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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