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독도에서 부르는 애국가

전국의 신문들이 독도문제로 도배를 한다. 대사 소환설, 독도기선 영해선포, 독도 입도제한 해제 등 강경책들이 난무한다. DJ정권 때 어업협상에서 독도 근해를 '중간수역'으로 만들어 준 것이 결정적 패착(敗着)이라는 비난도 쏟아진다. 호떡집에 불난듯한 우리 처지가 안쓰럽다. 8월은 광복 60년이다.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불러 온 애국가가 우리 스스로에 의해 폄훼되는 것 같아 다시 가슴 아프다. "애국가 저작권을 정부가 사달라" 문화관광부가 행자부에 애국가 구매요청 공문을 보냄으로써 시중의 논란거리가 된 '애국가'는 "애국가도 노래방처럼 돈내고 불러야 하냐"는 성급한 오해까지 불렀다. 그러나 한국을 방문한 안익태 선생의 유족들이 저작권 무상양도 의사와 함께 "우리도 같은 한국인으로 봐달라"고 호소함으로써 또 한번 호떡집에 불난 듯했던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 최근 방한한 안 선생의 부인 롤리타 안(90) 여사와 외손자 미구엘 안(29)씨는 돈보다 국가유공자 지정, 기념관 건립 등 예술가 안익태와 애국가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소망했다고 한다. 그들은 이미 선생의 손때묻은 첼로와 지휘봉'친필악보 등 90여점의 유품을 독립기념관에 기증했고 나머지 180여점의 유품도 한국민이 보존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 문제는 당국의 냄비기질, 기억 상실증에 있어 보인다. 당장 해답을 내놓을 듯이 하다가 까맣게 잊어버리기를 되풀이해온게 우리 아닌가. 2002년 7월9일 유럽을 다녀온 당시 전윤철 부총리가 국무회의에서 느닷없이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안 선생 집을 매입해서 기념관으로 영구보존하겠다"고 보고했고 그때 이한동 총리는 "거 좋~지"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이게 1990년에 이미 스페인의 한국인 실업가 권영호씨가 30만 달러에 사들여 정부에 기증했던 것이니, 국무회의가 공개 망신을 당했던 것이다.

◇ 독도에서 부르는 애국가는 감동적이다. 당국은 그의 독립운동 흔적을 찾지 못해 독립유공자 지정을 보류했다지만 애국가 하나만으로도 그는 '국가 유공'일 터이다. 그의 기념관을 결코 요란하지 않게 국내에 세우게 된다면 그 교육적인 가치는 훌륭할 것이다. 아울러 그 유족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 또한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는 작업일 터이다.

강건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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