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개최 예정이던 민주노총의 대의원 대회가 또 무산됐다. 올 들어 세 번째,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추태를 재연했다. 민노총 집행부는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보호 법안 강행 처리 저지를 전제로 노사정위 복귀를 시도하고 있으나 '사회적 합의주의와 노사정 담합 분쇄'를 위한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 등 반대 세력은 회의를 원천 봉쇄하며 강경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조직원 60만 명의 민노총은 노동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단체다. 어떠한 단체든 의견 수렴과 의사 결정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민노총 강경파의 입장은 그들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최소한 물리력으로 민주적 절차를 훼손했다는 부분에서 사회적 지탄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노사정위 복귀와 대화를 의미하는 '사회적 교섭'을 정부와 자본에 대한 굴복으로 규정하고 안건 자체의 폐기와 비정규직 보호 법안 강행 처리 시 총파업 투쟁을 요구하는 강경파들의 주장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모처럼 경제 회복의 기운이 엿보이는 때다. 경제 회생에 찬물을 끼얹게 될 어떤 행동도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민노총을 배제한 가운데 노사정위를 열어 노동 관련 법안을 확정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 법안은 장래 우리 노동 시장을 좌우할 중대 사안이다. 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1999년 2월 민노총 탈퇴 이후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노사정위를 대화의 장으로 복원해야 한다. 강경파를 아우르지 못하는 민노총 지도부의 역량에 문제가 있지만 지금은 반대파들이 민주적 절차에 동참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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