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성 거대 결장증' 산업연수생 위타야씨

깨진 '코리안 드림' …오도 가도 못해

태국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날아온 위타야(32)씨. 5년여에 걸친 준비 끝에 찾아온 코리안 드림이 단 20일 만에 무참히 깨졌다.

그는 '아메바성 대장염에 의한 독성 거대결장증'에 걸려 희망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한국에 들어와 구미공단의 전자부품 업체인 진일전자에 취업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찾아온 병마다.

아메바 기생충에 감염된 물, 음식에 의해 옮겨지는 '후진국 병'이다

병원 측은 위타야씨가 태국에서부터 병원균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위타야씨는 피가 섞인 구토와 설사까지 겹쳐 순천향 구미병원을 찾았다.

대장이 풍선마냥 탱탱 부어 있었고 서너 군데 천공현상까지 보였으며 상태가 악화돼 복막염으로 확대됐다.

자칫 조금 더 늦었더라면 이국땅에서 불귀객이 됐을지도 모른다

지난 2일 수술대에 올라 개복을 하고 보니 이미 대장의 3분의 1 정도가 독소에 의해 녹아내린 상태였다.

위타야씨의 대장을 적출하는 대수술이 이뤄졌다

위타야씨의 한국행을 맡았던 국내 인력송출회사는 가족에게 이를 알렸고 부인 람쯔완(27)씨는 16개월 난 딸을 맡겨두고 지난 11일 달려왔다.

지지리도 없는 살림이지만 남편이 촌각을 다투는 바람에 고리의 빚을 내 비행기를 탔다는 것. 람쯔완씨는 한국에서 돈을 벌어와 호의호식을 시켜주겠다며 떠난 남편이 병상에 누워 있는 사실에 닭똥 같은 눈물만 쏟아냈다.

태국에서 남편은 조그만 밭뙈기에 옥수수 농사, 부인은 재봉틀 일이 호구지책이었다

1차 수술 후 나흘 만에 수술 후 꿰맨 부위가 다시 터졌다.

염증이 심해져 2차 수술을 하면서 아예 소장과 바로 연결해 인공 항문을 만들었다.

평소 70kg 안팎이던 남편의 몸무게가 20Kg 가까이 빠져 '피골'이 상접한 듯했다.

그나마 천만 다행인 것은 위타야씨는 불법체류자가 아니어서 건강보험 혜택으로 병원비 1천500만 원 중 600여만 원만 지불하면 된다.

그렇지만 병원비는커녕 돈이라고는 부인이 한국으로 오면서 갖고 온 여비 중 쓰고 남은 44만 원과 태국돈 1만 바트가 전부다.

이들 부부가 한국으로 건너올 때 이웃에게 빌린 돈 1천200여만 원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됐다.

빚은 태국에서는 대졸 취업자의 3년치 연봉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제 이들은 비행기 티켓조차도 끊을 수 없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부인은 45일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해 다음달 23일 체류기간이 만료돼 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까지 남편의 병세가 호전될지도 미지수다.

설령 돌아간다 해도 빈털터리 병자를 따뜻하게 맞아줄 이도 없다.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손등 만한 옥수수밭은 물론 재봉틀까지도 팔아야 할 판이다.

이들 부부는 코리안드림으로 인해 졸지에 막막한 처지로 추락한 셈이다.

위타야씨가 잠깐 근무했던 진일전자 측은 병원비로 200만 원을 내놓았다.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순청향병원 직원회와 구미 YMCA 측이 각각 50만 원이 든 성금봉투를 들고 찾아왔다.

'추이이 폼너이 크롭, 폼너이 크롭(저희를 도와 주세요, 도와주세요).'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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