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몰려든 극우파 '광란의 시위'

마쓰에 현지표정…확성기차량 하루종일 소란

일본에서도 조용한 시골도시로 통하는 시마네현 마쓰에는 16일 하루 동안 일본 극우세력의 잔치 마당으로 변했다.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지정 조례안을 통과시킨 이날 일본 각지에서 몰려든 극우세력들은 15일부터 시마네현 시가지를 63대 차를 타고 돌며 확성기를 이용한 선전전을 폈다.

'한국, 다케시마에서 나가라!',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피켓과 플래카드, 일장기 등을 두른 태심회(泰心會), 일본정건회(日本正建會), 동혈사(同血社) 등 극우단체 회원들은 '다케시마의 날' 조례가 가결되자 본회의장에서 만세 삼창을 부르며 환호했다.

일부 도로는 이들의 차량이 수십 대씩 꼬리를 물고 서행하면서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시마네현 의회를 찾은 최재익 독도향우회장(서울시의원)의 항의 성명은 극우단체들이 내는 확성기 소음에 파묻혔다. 이들의 집단 행동은 한국 기자는 물론이고 현지인들에게조차 광기로 비쳐졌다.

16일은 시마네현이 개청한 이래 가장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시마네현의회 사무국 집계에 따르면 이날 시마네현 본회의장에는 일본 16개사와 한국 12개사 등 총 32개 언론사의 취재진이 취재경쟁을 벌였다. 한국취재진들에게는 일본기자들의 인터뷰 신청이 줄을 이었다. 특히 동도향우회 최재익 회장은 취재진에 둘러싸였다.

시마네현 의회 측은 본회의장 방청석 수가 55석에 불과한데도 177명이 방청을 신청해 추첨을 통해 방청객 수를 제한했다. 더욱이 방청석 안에 기자석이 설치돼 41명이 입장할 수 있었다. 정치인들이 요란을 떠는 것과 달리, 시마네현 일반인들은 '다케시마의 날' 조례제정에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시마네현과 이웃한 돗토리현 산인(山陰) 역사관 후쿠아라 노리아키(62) 관장은 16일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이 의결된 사실 자체를 몰랐다. 후쿠아라 관장은 "산인 역사관에 다케시마와 관련된 사료들이 보관, 전시되고 있지만 이를 보러 오는 정치인들은 거의 못 보았다"면서 "과연 그들이 다케시마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택시기사인 마이타 다케오씨 역시 "역사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이 아니냐. 일본 땅이든 한국 땅이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옛일은 옛일로 접어두자"는 반응을 보였다. 독도에 대한 억지 영유권 주장은 시마네현 어민들의 요구를 등에 업은 보수 정치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시마네현 어업협동조합은 1천200명의 어민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4일 마쓰에시에서 '다케시마 영토권 확립 결의 대회'를 갖고 독도 인근에서 안심하고 조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일본 외무성에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황금어장인 독도에서 고기를 잡고 싶지만 한국 경비정 때문에 여의치 않자 "시마네현 의회가 추진하는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독도 인근에서의 어업권 확보의 절호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 김해용기자

사진:일본전역에서 모여든 우익단체 차량들이 16일 오후 시마네현청 앞 도로를 지나고 있다. '다케시마(독도) 일본영유권'을 주장하는 차량시위로 마쓰에시는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