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3월 17일 밤 11시경 서울의 마포구 합정동 강변도로에 세워진 코로나 승용차에서 미모의 여성이 머리와 가슴에 두 발의 총탄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허벅지 관통상을 입고 신음하고 있던 운전사를 병원으로 옮기는 한편,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이것이 바로 당시 제3공화국 고위층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정인숙 피살 사건'의 발단이었다.
단순 살인강도로 보였던 이 사건이 전국적인 파장을 불러온 것은 그녀의 집에서 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일권 국무총리 등 저명인사 26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나오면서부터였다. 정인숙은 하는 일도 별로 없이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었고, 평소에도 자신이 모 고관과 깊은 관계라고 떠들고 다녔다고 밝혀졌다. 여론은 이를 두고 한국판 '크리스틴 킬러' 사건이라 떠들어댔고, 야당은 국회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사건 현장에 있었던 운전사(오빠 정종욱)가 범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었고, 세상은 이를 믿지 않았다. 그는 무기징역 선고 후 19년간 복역하다 1989년 출소해 범행을 부인하며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임을 주장했다.권력과 성, 살인이라는 흥미진진한 주제가 한데 묶인 이 사건은 결국 박정희 정권의 3대 미스터리(김형욱 실종, 김대중 납치) 중 하나로 남고 말았다.
▲1220년 칭기즈칸, 사마르칸드 정복 ▲1431년 조선 춘추관 '태종실록' 완성 ▲1930년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착공 ▲1963년 프랑스, 사하라 사막서 지하핵실험.
조문호기자 news119@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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