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여기에도 가라쿠니(韓國) 신사가 있었나. ……히노미사키(日御崎)란 원래 가라쿠니 신사가 아니었을까. 원래 본사(本寺)였던 것이 몰락해 경내사(境內寺-경내에 그 신사와 연고가 깊은 신을 모신 말사)가 된 예는 많다. 특히 이곳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 히노미사키 신사는 신라(新羅)와 같은 태양신을 모시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재일교포 작가 김달수(金達洙·1919~1997)가 1970년대 초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出雲)를 찾은 뒤 쓴 책 '일본 열도에 흐르는 한국혼'에 나오는 내용이다.
◇ 이즈모에는 히노미사키 신사가 있다. 김달수의 기록대로 이 신사는 그 뿌리가 우리나라와 깊은 함수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전설)으로 알려진다. 일본 개조(開祖) 아마테라스(天照)의 동생 스사노오노미코토(素戔嗚尊)가 한반도에서 건너와 여기에 정착했다는 게 이 신사의 유래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그 가라쿠니 신사는 흔적마저 지워져 버렸다니 알 만하다.
◇ 어제 시마네현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 가결로 우리 국민의 불같은 분노를 사고 있지만, 일본의 역사 왜곡은 그 뿌리가 너무 깊다. 시네마현에는 신라뿐 아니라 발해·고려 등과도 교류가 활발했던 흔적들이 산재해 있다 하지 않은가. 한반도를 뜻하는 '한(韓)'이 들어있는 신사(韓島'韓神新羅'韓國伊太氐 등)만도 11개나 되는 모양이다.
◇ 일본의 역사 왜곡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예부터 우리 흔적들을 애써 지워 왔으며, 근래에 부쩍 그 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즈모의 한국신사가 본사에서 말사로 뒤집히고, 다시 그마저 없애 버린 건 '빙산의 일각'일는지도 모른다. 1996년 재일교포 김호수(金好秀) 씨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그 경내에 '한국신사'를 복원했으나 편액조차 잘 안 보일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라니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 이제부터라도 일본은 역사 왜곡과 침략 근성을 버려야 한다. 억지로 우리를 지우려 하는 '자기기만'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근배 시인은 '단군사직의 제단이다/광개토왕의 성벽이다/바다의 용이 된 문무대왕의 뿔이다/불을 뿜는 충무공의 거북선이다/최익현이다, 안중근이다, 윤봉길이다/아니 오천 년 역사이다/칠천만 계레이다'라고 시 '독도 만세'에서 외쳤다. 일본은 이런 외침을 두려워해야만 한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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