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과 의학 사이-사망 원인 판단

40대 근로자가 공장에서 작업 중 프레스기에 양쪽 손가락 마디가 잘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즉시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후 2시간쯤 지나 얼굴을 비롯한 온몸이 부어오르며,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생겼다.

그는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곧 의식을 잃고 호흡과 맥박이 정지해 2시간 뒤 숨졌다.

유족들은 수술 과정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고 경찰에 변사신고를 했다.

경찰은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했다.

부검결과 심낭에서 400㎖가량의 심낭액이 발견되었고 사망원인은 이로 인한 심장압전으로 밝혀졌다.

심장압전은 심장과 심막 사이인 심낭에 다량의 액체가 고여 심장을 압박, 심장박동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부검의는 심낭액의 발생원인은 죽은 사람의 심낭에서 발견된 염증이라고 판단, 망인의 사인을 병사라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유족들은 망인이 평소 심장 이상을 호소하지 않았고 진료를 받은 적은 없다는 점, 수술 전 검사에서 어떠한 심장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내세워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망인에 대한 진료기록부와 부검 관련 자료가 면밀히 검토됐다.

병원의 진료기록지를 통해 수술 중 망인의 신장기능에 원인 모를 이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소변이 배출되지 않았는데도 다량의 수액이 계속 투여된 사실이 확인됐다.

부검자료에 당시 사망자의 심낭 외에 폐포강에도 수액이 가득 들어있었고, 간장과 신장 또한 수액에 젖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족들은 이들 자료를 근거로 망인의 심장압전의 원인이 심낭염이 아니라 수액의 과다투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진료기록부 감정을 통해 그러한 주장이 옳음을 확인해 줬다.

부검 의사는 망인의 진료기록을 제출받지 못해 정확한 사인 규명을 하지 못한 것이다

법원이 병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음은 물론이다.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더라면 정확한 사인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며, 피해 보상도 못 받았을 것이다.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의료소송의 경우 의료전문가가 아닌 판사가 제대로 판단을 하도록 하기 위해선 정확한 판단자료가 있어야 한다.

특히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변사의 경우 부검 의사의 감정소견은 그 자체가 판결이라 할 정도로 중요하고 결정적이다.

임규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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