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평가를 생명으로 하는 감정평가업무 종사자 가운데 일부가 금품을 받고 뻥튀기 감정을 하는 사례가 숙지지 않고 있다.이 때문에 과대 평가된 감정서를 믿고 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들이 큰 피해를 받고 있으며 감정평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국민들의 감정을 감안한 건설교통부와 한국감정평가협회는 이달말까지 일정으로 시도지회 및 감정평가법인들에 대한 긴급 지도점검에 들어갔다.
◇실태
지난 14일 대구지검 특수부에 구속된 감정평가사 백모씨(51). 서울에 본사가 있는 ㄴ 감정평가법인 대구경북지사장인 그는 지난 2003년 10월 평소 알고 지내던 건축업자 손모씨의 부탁을 받고 시가 8억 원대의 여관 건물을 18억 원으로 부풀려 감정서를 발급해줬다.
건물을 구입하려던 박모씨가 8억8천만 원에 달하는 매입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기 위해서는 최소 18억 원의 감정평가가 나와야 하는 점을 고려, 손씨에게 사례비 2천500만 원을 주고 잘 아는 감정평가사를 물색해줄 것을 요청한 것.
백씨는 10년이 다 된 건물의 감가상각 연수를 5년만 적용하고 리모델링 한 적이 없는데도 최근 한 것처럼 꾸미는 방법으로 18억678만 원짜리 감정서를 만들었다. 또 백씨는 12억5천만 원짜리 술집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24억 원 이상의 감정서가 필요하다는 부탁을 받고 12년 넘은 건물의 감가상각 연수를 5년만 적용하는 방법으로 24억2천400만 원짜리 허위감정서를 건네줬다. 받은 사례금은 700만 원.
2004년 4월 한국감정원 대구지점 차장으로 있던 전모(47)씨도 감정가액을 높여 달라는 대출브로커들의 부탁을 받고 9천만 원에 불과한 섬유기계를 5억6천만 원으로 부풀려주고 사례비 1천400만 원을 받았다가 지난달 구속기소됐다.국내의 대표적인 감정평가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잘못된 감정으로 198억여 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사실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원인 및 문제점
검찰은 일부 감정평가사들에 국한된 사례이긴 하지만 금품을 받고 감정가를 부풀리는 경우가 적지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해진 감정 수수료보다 5~10배에 이르는 돈의 유혹 앞에서 공정성이 실종되고 있다는 것. 특정 감정평가사가 감정한 내용에 대해 다른 평가사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관례도 이를 부추기는 또다른 원인이다.
전문성 부족으로 담보물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메기는 대신에 감정 의뢰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감정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실제 지난 7일 대구지검에 구속된 금융사기조직단은 한국감정원 직원들이 전문성이 없어 담보로 제공되는 기계들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평가가 어려워 감정의뢰자가 제시하는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일정한 비율을 산정한다는 허점을 이용했다.
◇대책
대구지검은 지난해 7월 모 은행지점장이 연계된 금융대출비리사건을 수사하면서 한국감정원의 감정시스템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했으나 지금까지 거의 바뀌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의 경우 건물이나 토지 이외 기계나 시설에 대한 전문성이 풍부한 감정평가사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무엇보다 협회 차원의 자율 정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감정평가협회는 지난 5일부터 정관을 개정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회원자격을 3년간 박탈하고 2회 이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영구 제명하는 등 비상수단까지 마련했다. 한국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협회 산하 윤리위원회를 통한 회원 지도업무를 대폭 강화했다"며 "징계 수위가 워낙 엄해 회원들의 허위감정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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