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의 향토인들] 한국신용정보 강석인 사장

한국신용정보 강석인(姜錫寅. 59)사장은 그야말로 행복하다. 2004년 상장 이후 처음 열린 지난 11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돼 CEO로서 인정받은데다 회사또한 신용평가 관련 업계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갖춰 일하는 맛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행시 14회로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출발, 30년 가까이의 공직생활을 마감할 때는 망치로 두들겨 맞은 이상의 아픔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잘된 일이기도 하다. 상명하복의 공직사회와 달리 토론문화가 발달한 기업조직이 그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CEO로서 강 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영의 투명성이다. 주주와 임직원이 유리알 들여다보듯 하는 상황에서 투명하지 않으면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없다고 강조한다. "투명성으로 업계와 내부 신뢰를 쌓고 룰에 따라 일을 처리,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해야만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강 사장의 경영원칙이다.

직원들에게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심어 주는 일도 중요한 그의 몫이다. "진정한 리더는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리더며 회사의 주인은 직원 자신이고 CEO는 직원들을 도와주는 조력자"라고 생각한다.

강 사장이 취임후 열을 올려 추진한 일도 직원들의 능력개발이었다. 강 사장이 취임할 때만 해도 사장 선임은 정부 입김으로 결정되는 상황이라 직원들의 머리에서 "주인없는 회사, 편하게 지내자"는 생각을 없애는 게 급선무였다.

"국내 최우수 대학 출신이 절반을 넘는 조직이지만 주인없는 회사에서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개개인의 잠재 역량을 결집, 능동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된 학원을 다니든가 책을 사든 모두 회사가 맡아 준다. 본부장 제도를 만들어 내부 계약을 맺고 성과급을 지급하며 자체 경쟁력을 키웠다. 대신 카테고리를 만들어 여기에 들지 못하는 임직원은 칼날같이 잘라버렸다.

강 사장의 10층 집무실 밖은 공원처럼 조경이 돼 있다. 원래 이 빌딩의 소유주인 일본인이 숙소로 쓰면서 정원을 꾸며 놓은 것이다. 봄이면 온갖 꽃이 핀다. 꽃이 피면 직원들과 돌아가며 차를 마시고 회사일이나 가정일을 이야기한다. 한국신용정보회사에선 이 자리를 '화원정담'이라고 한다.

직원들과 등산도 다니고 영화구경도 즐겨한다. 겨울이면 스키캠프를 만들어 직원들의 호흡을 맞춰준다. 노래 실력이 일품인 강 사장은 사내 합창동호회인 '늘푸른소리합창단'의 창단멤버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정기연주회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하기도 했다. 경북 안동출신으로 70년대 초반 초임 사무관시절을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함께 경제기획원 공공차관과에서 근무했다. 그때 과장이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이다.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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