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염은 지난 1992년과 2001년, 10년 간격으로 두 차례 독도를 방문했다. 경찰청장조차 독도 입도(入島)가 쉽지 않은 터에 두 번씩이나 독도에 발을 디뎠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물론 독도 입도 허가를 받아야 했다. 요즘엔 문화재청에서 허가를 하는 모양인데 처음 방문할 당시엔 외무부(외교통상부)에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고 허가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땅에 가는데 입도 신청서까지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현실에 기가 막혔다.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대일 저자세 외교를 펼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첫 번째 방문 때는 독도에 접안 시설이 없었다. 그래서 해경 경비정을 타고 독도부근까지 간 뒤 소형 어선으로 갈아타고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파고가 조금만 높아도(1m 이상) 독도에 발을 디딜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선의 뱃전에서 섬으로 뛰어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파도가 잔잔해 무사히 독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두 번째 방문에선 접안 시설이 갖춰져 유유히 독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동도 접안 시설 부근 해변에서 잠시 물놀이까지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80m의 주 부두와 20m의 간이 부두, 137m의 진입로로 된 이 접안 시설도 1997년 11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맞서 우리 정부가 '실효적 지배'를 실천한다며 일본의 반대를 무릅쓰고 설치한 것이다.
일본의 '3.16 독도 침탈'로 독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흥분이 극에 달하고 있는 반면 일본인들은 우리의 흥분을 즐기는 인상이다. 우리 언론도 덩달아 호들갑을 떨고 있고 정부 역시 연일 독도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분쟁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일본의 약삭빠른 속셈에 놀아나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다. 일본이 '평화 헌법'을 폐기하고 군사대국화로 가는 디딤돌로 독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불온한 기운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동도(해발 98m)와 서도(해발 168m) 두 개의 섬과 36개의 암초로 이뤄진 독도는 화산(火山) 섬이다. 면적도 동도와 서도를 합쳐 4만8천364평, 암초를 포함해도 5만6천평에 불과하다. 꽤 넓은 땅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가로 세로 400m 정도인 바위섬이다. 이처럼 좁은 땅인데다 지세 또한 가파르기 짝이 없다. 여기에 1개 소대 가량의 경찰이 주둔하고 있다. 지난 2001년 6월 방문했을 당시 독도-특히 분화구가 있고 경찰이 주둔하고 있는 동도-는 이미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였다. '푸른 독도가꾸기' 모임 등이 열심히 독도에 나무를 심었지만 생육이 쉽지 않은 환경이어서 대부분 말라죽었다. 게다가 한 때 토끼를 방사한 뒤 독도의 자연환경이 더욱 훼손됐다.
독도 주둔 경찰만으로도 이 조그만 화산섬이 몸살을 앓고 있는 터에 문화재청은 관광객들에 대한 독도 입도를 허용하겠단다. 도대체 독도의 상태를 알고도 이런 조치를 내놓는지 모르겠다. 물론 무제한 허용하지 않고 허가를 제한하겠다고 하나 수많은 사람이 독도를 들락거리면 독도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파괴는 불 보듯 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독도는 조금만 압력을 받아도 부스러지기 쉬운 응회암 등 화산석으로 이뤄진 바위섬이다. 게다가 독도는 지금도 비바람과 파도에 나날이 멸실?훼손되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의 들끓는 여론에 떠밀린 정부의 무책임한 독도 입도 정책은 철회돼야 한다. 우리 국민들도 문제다. 평소엔 독도에 관심조차 갖지 않다가 일본의 도발 때만 맨발로 화톳불 위를 걷는 것처럼 들썩인다. 지난해 모 해운사는 독도 정기유람선(삼봉호) 운항허가를 받아 하루 두 차례 독도로 운항하겠다고 했으나 관광객이 없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 사실을 놓고 당시 일본 언론은 독도 정기유람선 운항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보도하며 쾌재를 불렀다.
진정 독도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독도를 직접 방문한다고 법석을 떨게 아니라 지금까지 '방치한' 독도에 대한 관심과 연구부터 시작하는 게 옳다. 정부도 일본 눈치보기에 급급해 독도에 대한 기초 연구조사조차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과오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더욱이 독도 주변 해역에는 우리나라 국민이 3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묻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일본의 도발에 대해선 이제 '조용한 외교'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입증됐다. 따라서 일본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중국, 러시아 등과 국제적 협조체제를 구축해 대응하는 한편 '분명한 영토 주권'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에게도 당부한다. 진정한 독도 사랑은 한순간 들끓다가 식어버리는 변덕이 아니라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이다. 제발! 부탁한다. 독도를 그냥 내버려 두라.
조영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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