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엇갈린 평가-2002년 대선 盧·鄭 단일화조사

대부분의 사람과 조사업계 관계자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여론조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지난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盧武鉉)후보와 정몽준(鄭夢準) 후보 간의 후보단일화 여론조사를 꼽았다.

대선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 2002년 11월 말 두 후보 측은 단일화 외에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에게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데 합의하고 11월 24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리서치앤리서치(R&R)와 월드리서치 두 개의 조사기관에 의뢰했는데 두 후보 측은 사전합의에 따라 월드리서치의 조사결과를 폐기하고 R&R의 조사결과만 발표하고 이를 수용했다

결과는 46.8% 대 42.2%로 노 후보가 정 후보를 4.6%포인트 차로 제치고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당초 정 후보 측이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노 후보 지지가 높게 나온 것이다.

여론조사는 설문내용에 따라 답변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의 설문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견주어 경쟁력 있는 단일후보로 노무현·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경쟁력에서는 정 후보 측이 우세했지만 지지도에서는 노 후보가 절대적으로 앞섰다는 점에서 설문에 합의하는 과정에서부터 노 후보 측의 승리는 예견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는 아직도 조사인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여론조사의 표준오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0.1%라도 지지율이 높은 사람으로 후보단일화한다는 조건 등은 여론조사의 ABC도 지키지 않는 무식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의 성가를 국민 속에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평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갤럽 박 소장은 "그런 방법은 옳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무응답자가 30%가 넘는데 이들을 판별분석하지않고 무조건 0.1%라도 높으면 이긴다는 식의 여론조사는 실패한 조사"라면서 "역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선지 한국갤럽 등 상위조사업체들은 이 여론조사를 꺼렸고 당시 두 후보 측과 친분이 있던 두 업체가 조사를 맡게 됐다.

공교롭게도 R&R의 노규형 사장과 월드리서치의 박인주 사장 모두 대구경북출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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