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의 향토인들] (11)체육계

선수·지도자 꾸준히 양성…한국 체육사 빛냈다

서울의 체육계 향토인들은 경영, 지도자, 선수, 생활체육 전반에 걸쳐 널리 분포해 있다. 1906년 대한체육구락부에서 출발한 한국의 근대 체육은 지역의 체육계와 거의 같이 커 왔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지역 체육계가 전문가와 선수들 양성에 크게 기여해 왔다.

1913년 조직된 강의원(講義園)과 달성친목회는 당시 회원 6백여 명의 거대 조직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달성'시무'계남'양성 학교(이상 대구)와 광남'의창(경북) 학교가 한국의 국민체육 계몽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또 한국체육사의 큰 기틀인 조선체육회를 구성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한 대구 청년회가 1920년에 설립돼 근대 체육 발전에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체육인 하면 유도'레슬링 등 격투기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떠올리지만 1950년대까지 지역은 육상이 강세였다. 이어 60-70년대 야구'씨름, 80년대 유도가 강세를 보이다 90년대에는 투기와 구기 등 전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한국 체육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한 선배 체육인사들을 이어받아 지역의 후배들도 한국 체육의 메카인 대한체육회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서울대를 졸업한 박상하(朴相何'달성)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은 86년 경북체육회 상임부회장을 시작으로 93년 대한올림픽위원회 국제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다. 12회 아시아경기대회 한국선수단장을 역임했던 그는 당시의 감동을 담은 '히로시마에서의 영광을 애틀랜타까지'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현재 대한정구협회와 국제정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올 7월 차기 대한체육회 부회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임인배(林仁倍'김천) 의원은 최근 사이클연맹 회장을 맡았다. 윤영호(尹英鎬'영양)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과 이만석(대구) 전 대한핸드볼협회 회장, 변탁(卞 鐸'문경) 대한스키협회 회장, 박경호(朴慶鎬'달성) 대한정구협회 부회장도 각각 체육회 상임'비상임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 가운데 윤 회장은 경안고를 졸업, 새천년민주당 경북도지부장을 맡다가 지난 2002년부터 용인대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고 달성중학교를 졸업한 박 회장은 경북도의원과 대구시의원을 거쳐 달성군수를 역임하고 있다.

문동후(文東厚'김천)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총장과 김호군(金虎君'청도) 대구광역시체육회 사무처장도 대한체육회 위원으로 한국체육 저변확대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관계에서는 김도현(金道鉉'안동) 한나라당 서울 강서갑지구당위원장이 있다. 그는 전 문화체육부 차관으로 90년대 후반 한국 체육을 이끌었다. 영남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그는 96년 당시 문화체육부 차관을 마치고 정치인으로 변신해 같은 해 서울광진갑 무소속 후보로 출마,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생활체육을 위해 측면 지원을 한 인사들도 적지 않다. 엄삼탁(嚴三鐸'현풍)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중앙회장과 박성달(朴成澾'영주)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등은 체육계 인사라기보다는 정치인과 공무원에 가깝지만 체육계 지원단체에서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90년 소장으로 예편해 안기부를 거쳐 97년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를 지낸 엄 회장은 현재까지 국민생활체육협회 회장은 물론 한국씨름협회 회장을 겸임하는 등 체육계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정치인에서 뒤늦게 체육인으로 변신한 그는 생활체육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체육 동호인 활동 지원'육성안을 마련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박 이사장은 경북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내무부 지방기획'행정과장을 역임했다. 이후 대통령민정비서관과 대구시장, 감사원 감사위원을 거쳐 체육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강건구(姜健求'문경) 두산베어스 사장도 지역출신이다. 계성고를 졸업하고 오리온에 입사해 OB맥주로 자리를 옮긴 그는 95년부터 OB베어스 단장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삼성과의 경기가 가장 고통스럽다"며 "어느 쪽이 이겨도 씁쓸한 기분"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쳬육학계에서도 지역출신 인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국내 두 개만 있는 체육대학의 전'현직 총장이 모두 지역 출신이다. 김정행(金正幸'영일) 용인유도대학(현 용인대) 총장과 이정무(李廷武'선산) 전 한국체육대학 총장이 그 주인공.

대한유도대학 교수로 시작해 아시아유도연맹 경기위원, 대한유도회 부회장도 역임한 바 있는 김 총장은 국무총리, 체육부장관, 국방부장관, 내무부장관 표창과 대한민국체육상 국민상 체육훈장백마상 등 받은 훈장과 표창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무도론, 유도경기 훈련지도서, 유도정복술, 유도개론 등 십여 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서울대를 졸업한 이 전 총장은 대구백화점 이사로 근무하던 81년 대구시체육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체육계에 투신했다. 15대 국회를 끝으로 정계를 떠난 이 전 총장은 지난 2004년 말까지 한국체육대학 총장으로 재임했다.

지역출신으로 각종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들도 많다. 경기'훈련 시설 부족으로 지역보다는 서울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대부분 서울에서 살고 있다.

유도의 경우 84년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안병근(安柄根'대구)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의 덩치보다 큰 외국선수들을 엎어치기 한판으로 누르며 온 국민의 환호성을 자아냈던 안 선수는 현재 용인대학교 유도학과 부교수 겸 남자 유도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재임하고 있다.

애틀랜타'시드니올림픽에서 연속 동메달을 차지한 정성숙(鄭成淑'경주) 선수도 빼놓을 수 없다. 무산중'고, 용인대, 포항시청을 거쳐 국가대표로 발탁된 정 선수는 기술과 파워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최민호(김천) 선수는 대회 첫 동메달을 조국에 안겼다. 고교시절부터 국내대회를 석권했던 기술 유도의 대명사인 최 선수는 당초 금메달 1순위였으나 갑작스런 근육경련으로 동메달에 그쳤다. 당시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준결승과 3, 4위전을 치렀던 그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방대두(경산) - 김인섭(김천) 계보로 이어지는 레슬링도 지역이 강세였다. 76년 테헤란 아시안 게임 동메달을 시작으로 각종 세계대회를 석권한 그레코로만형의 방 선수는 최근 지도자로 변신, 한국레슬링 국가대표 코치와 감독을 맡아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99년 세계선수권 대회 2연패를 달성한 김 선수는 99년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석권한 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등 세계에 그의 적수가 없다시피 했다.

양궁의 경우 79년 베를린 올림픽서 여고생의 나이로 금메달을 딴 김진호(예천) 선수가 대표적이다. 예천군은 그의 화려한 양궁 성과를 기려 그의 이름을 딴 국제수준의 '진호 양궁장'을 건설하기도 했다.

농협정구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순영'박영아 선수는 청도 출신이다. 두 선수는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여자정구 복식 부문에서 우승, 한국을 정구 강국으로 급부상시켰다. 두 선수는 또 청도 중앙초교 4학년 때부터 함께 운동을 시작해 청도여중, 상주여상을 같이 나온 죽마고우다.

탁구도 지역이 강세를 보였는데 김천 성의종고 출신인 이철승 선수는 92년 바로셀로나올림픽에서 남자 복식 동메달을 차지했고 이전 90년 영국주니어오픈대회에서는 단식, 복식, 혼합복식, 단체전을 휩쓸며 4관왕을 기록했다.

프로 체육계에도 지역 출신이 많다. 이승엽(야구'대구) 노진수(배구'선산) 등 중진급을 비롯해 국민적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박주영(축구'대구) 이원희(유도'청송) 등 신진 스타들도 있다. 특히 신진들에 대해서는 '한국 체육계를 이끌 차세대 인물로 지정해 집중 육성하자'는 주장이 인터넷상에 확산되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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