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의자 위엔 대개 구름 덩어리가 내려와 앉아 있다

누구든 그 위에 앉으면 그 무게만큼 구름이 떠올라

그의 머리가 구름 속에 꽂힌다

어디선가 우레 치고 큰비 내리는데

그는 복잡한 생각에 싸여 앉아 있다

제 의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힘준 발가락 느끼며

그 아래는 대개 구조가 단순하다

의자 다리는 네 개

그 사람 다리는 두 개

여섯 개의 다리 중 두 개에는 발가락이 달려

모든 균형이 잡혀 있다.

이하석 '의자의 구조'

이 의자는 쾌적한 의자가 아니다.

구름에 싸여 있다.

앉자마자 사람들은 그 구름에 휩싸여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되는 의자고, 미끄러질까 봐 조바심 내게 하는 의자다.

제목인 '의자의 구조'에서 '구조'라는 말이 또 심상치 않다.

요즘 현실이 그렇다.

취업하기에도 힘들 뿐더러, 취업을 해도 구조 조정 등으로 편하지가 않다.

늘 우레와 천둥이다.

이 작품은 채소를 뽑거나, 파는 아줌마들이 엉덩이에 붙여 끌고 다니는 푹신한 '자부동'이라는 시와 함께 발표되어 현실인식이 더욱 날카롭게 다가온다.

의자다리보다 발바닥이 달린 사람의 다리가 더 균형이 잡혀 있다고 하니, 아무리 이윤도 좋지만 사람을 함부로 자르지 않는 제도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박정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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