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공기관 이전 "하긴 하나?"

정부 발표 4차례나 연기…자치단체 '반신반의'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정부가 오는 5월 말쯤 이전계획 발표를 공표했지만,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의 광역자치단체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이전계획 발표 시기를 여러 차례 미뤄온 가운데 수도권과 공공기관 경영진 및 노조의 반발, 여야의 입장 등이 날카롭게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대구·경북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들은 "이러다가 공공기관 이전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8월 이후 이전발표 시기를 네 차례나 연기하면서 갈팡질팡하는 데 따른 불신이다. 한 관계자는 "당초 발표시기를 2월이라고 했다가 3월 말로, 또다시 4월 초로 연기됐다가 이제 5월 말로 미뤄졌다"면서 "과연 5월 말이 되더라도 가능하겠느냐"고 밝혔다.

정부가 수도권과 공공기관의 경영진 및 노조 반발을 잠재울 만한 효율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대구·경북공공기관유치추진위원회(단장 이종현)가 유치활동을 위해 지난 16, 17일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등 6개 공공기관을 방문, 경영진과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 이들은 '이전이 제대로 안 될 것이지만 만약 이전할 경우 사표를 내겠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유치 1순위로 꼽히고 있는 한전의 경우 신청사 건설비 등 이전비용으로 5천억 원 이상 들어가는데 차입경영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전이 가능하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것.

추진위의 한 관계자는 "당초부터 수도권과 노조의 반발은 이미 예상했던 문제인데도 정부가 정치적 부담감을 갖고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공공기관 이전이 정치적인 논리로 변질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경북도 우병윤 혁신분권담당관은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와 지방화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단계까지 와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등 지방정부들은 지역별로 10∼15개 공공기관, 직원수 2천∼3천 명이 옮겨올 경우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입장

성경륭(成炅隆)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21일 "공공기관 이전은 정부가 되돌릴 수 없는 정책"이라고 정부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성 위원장은 "각 시도가 부분적인 불만이 있더라도 안을 흔쾌히 수용해줘야 (이전 정책의) 진도가 나간다"며 '지역의 협조'를 구했다.

성 위원장은 21일 지역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수도권과 이전 대상기관 노조가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상황에서 지방마저 반발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했다.

성 위원장은 특히 각 시도가 모두 유치하려는 한국전력에 대해 "한전이 안 가더라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배치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한전 올인 유치 전략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성 위원장은 공공기관 노조의 반발에 대해 "공공기관 노조가 공공연히 연대투쟁에 나서고 더 강한 것까지 고려한다니 큰 일"이라며 "이전안이 발표되면 진짜 격렬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김해용기자 khy@imaeil.com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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