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과 서해안 지역에서 또다시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이번에는 방폐장 지원 특별법이 제정되고 중저준위와 고준위 폐기물을 분리, 먼저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분한다는 방침이 알려진 후라서 그런지,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방폐장 유치 찬반쪽 모두 지역사랑에는 같은 마음이다. 다만 한쪽에서는 지원금 확보로 지역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고, 반대쪽은 해당 지역에 폐기물을 수십 년 이상 폐기 처분해야 하므로 환경오염, 주민 건강 위협 등으로 지역에 위해요소가 더 많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가 발전량의 40%를 원자력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그 혜택은 누가 보고 있는지, 또 여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처분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 정부나 국민 모두가 혜택이 있으며, 책임이 있다. 국민 상당수는 본인이 혜택을 받는 방폐장 처분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하나, 어느 지역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원자력 발전소의 종사자가 사용한 의복, 장갑 등에 묻어나오는 방사능 물질이 다량으로 인체에 직접 접촉된 상태로 오랫동안 있다면 생체에 이상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해가 거의 없다. 공기가 없는 곳에서는 방사능의 세기가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하여 약해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충분한 두께로 밀폐해버리면, 이런 방사능 물질은 전자를 내놓는 베타붕괴를 하기 때문에, 밀폐한 용기나 주변 차폐지역이 이 전자를 흡수해버리게 되고, 더 이상 새로운 다른 종류의 방사능 물질을 만들어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방사능 물질은 자연에 얼마든지 있다. 우주에서 생성되는 양성자는 대기를 통과하면서 많은 방사능 물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생긴 여러 입자들은 지표면 근방까지 도달하면서 대부분 모두 아주 약한 입자가 되나, 그래도 인체를 통과할 수 있는 방사능 입자들이 있다. 또, 태양 핵반응의 찌꺼기로 지구로 날아오는 전자, 양성자들도 무수히 많으나, 이들 대부분이 보이지 않는 대기에서 거의 흡수되어 버려서 지상에서는 거의 영향력이 없으나, 그래도 미세한 잔재 방사능은 늘 있다.
인류는 이러한 자연적인 방사능 환경에서도 200만~300만 년을 살아왔으며, 그럼에도 존재하고 있다. 이는 통제되지 않는 방사능 환경이며, 방폐장의 폐기물에서 생기는 환경에 의해서 생길 수 있는 위험 아닌 위험보다 수억~수십억 배나 더 큰 위험이 될 것이다.
경북 동해안 지역의 방폐장유치추진은 국가 장래를 보아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원전이 있는 지역의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국가를 위해 특정지역에 방폐장을 두는 대신 그 지역 발전을 위한 여러 숙원사업의 해결이나 새로운 구상을 해볼 수 있는 지원을 받을 것이 확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시각을 어떻게 대다수 그 지역 주민이 공유하는가? 또한, 지원책으로 지역 발전에 대하여 서로 공감하는 명확한 방안이 있는가? 지역주민들이 일찌감치 고려해봤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특히, 여러 기의 원전을 가지고 있는 울진, 경주 등의 원전 인근 주민들 사이에는 정부로부터 속고 속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하는데, 근원적으로 무엇을 서로 오해하고 있는지, 그 해결방법은 없는지,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는 단순히 당근 주기식의 지원책보다는 지역발전을 위한 진정한 의미의 지원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각과 그 근거를 제공한다면 어떨는지?
유치 지역에서의 주민들은 이 기회에 타지역에 비해 열악한 조건을 개선할 수 있고, 환경친화적이면서 새로운 산업, 특히 에너지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첨단 과학기술 산업 지역으로 변모할 수 있는 구도를 짜볼 수도 있다.
정부 측에서도 단기적 안목이며, 즉흥적인 특별한 시설을 끼워 팔기식의 지원책을 발표하기 전에 장기적으로 확실한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후속 사업에 대한 명확한 지원 방안과 의지를 표명하기를 바란다.
손동철(경북대 고에너지물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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