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두 시위 등 물리적인 방법 대신 정정당당하게 군민의 심판을 한번 받아봅시다." "시대가 변했잖아요. 우리도 더 이상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서로 최선을 다해봅시다."
21일 오전 영덕군의회에 원전수거물관리센터 영덕유치 청원서를 제출하러 온 유치위원들과 반대 진영의 대표적 인사인 영근회 회장 간에 나눈 대화는 지난 16년간을 곱씹어 보기에 충분했다.영덕이 방사성폐기물처분장 후보지로 첫 거론된 것은 지난 89년.
밀어붙이기식의 강경책을 편 정부는 영덕 주민들의 극력한 반대에 부딪혀 지역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후 손을 떼야 했다. 2003년도 마찬가지. 영덕이 한번 더 후보지로 거론되자 군수와 군의장 등 유력인사들까지 반대 시위현장에 나왔다. 그동안 방폐장을 둘러싼 대립과 반목으로 숱한 고소와 고발이 이어졌고, 삭발과 눈물로 뒤범벅된 시위현장은 찬'반 여부를 떠나 적잖은 후유증을 안겼다.
그래서 영덕에서는 영원히 이 문제가 더 이상 거론되지 않을 듯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 찬성 측은 청원 같은 것은 꿈도 못 꾸었고, 가는 곳마다 눈총받기에 바빴다.
그러나 유치위원들이 영덕군의회를 찾은 21일은 달랐다. 유치 청원 신청 현장엔 조직적인 반대는 찾을 수 없었고, 유치위원들도 당당하게 의회 사무실을 찾아 민원을 접수시켰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생각지도 못한 일. 하기야 인근 포항에서는 시장이 직접 유치에 나서고 있는 판이니까. 이 모든 것은 변해도 한참 변한 모습들이다.
물론 유치청원서 제출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정부의 최종 결정 때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그 과정에서 양측은 언제든지 다시 충돌할 수도 있다. 다만, 양측이 물리력으로 맞서는 그런 불행한 사태는 피했으면 한다. 일단 판이 펴진 이상 모든 결정권은 군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군민 몫이 아닌가.
의회가 이 문제를 결정할 때까지 양측은 군민들을 상대로 적극 찬반 홍보를 하고, 결과를 겸허히 기다려보자. 그리고 그 결과에 모두 깨끗이 승복하자. 소모전은 영덕을 위해 아무 것도 해 줄 것이 없다. 지금 경기가 최악이라고 이구동성 외치고 있다. 이런 때 다시 한번 영덕군민들이 갈라지면 영영 나락에 빠질 것이다.지난 16년 동안 양측의 갈등과 마찰로 잃어버린 경제적 손실이 너무나 많았기에 하는 말이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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