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폐장의 유혹-(3)방폐장 안전한가

경북 주민들은 방폐장의 안정성에 대해 얼마나 알까. 취재 결과 상당수는 정확한 지식이 없었다. '중·저준위, 고준위가 뭐예요', '핵폭탄만큼 무섭다던데…', '오염, 기형 시설이다', '위험하니까 돈 많이 주고 방폐장을 만들려고 한다' 등 잘못 알고 있거나 막연한 불안이 다수였다.

◇중·저준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는 중·저준위와 고준위가 있다. 중·저준위는 원전 직원들이 사용했던 작업복, 휴지, 덧신, 장갑, 공구, 슬러지와 폐필터, 폐수지 같은 교체부품 등으로 방사선의 세기가 낮은 것을 말한다. 방사성 물질을 사용하는 산업체, 병원, 연구기관에서 나오는 폐기물도 포함된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중 원전에서 나온 폐기물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산업체, 병원 연구기관 등에서 나온 것이다.

중·저준위는 현재 국내 4개 원전과 대전 원자력연구소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고준위는 원자로에서 3~5년 정도 사용한 후 나온 연료를 말한다. 사용후 연료를 재처리할 경우 높은 수준의 방사능을 가진 폐기물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용후 연료를 영구 처분할지 아니면 재처리해 활용할지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지 않았다. 통상 재처리할 경우 95%는 재활용하고, 나머지 5%는 폐기물로서 엄격히 격리 보관해야 한다. 사용후 연료는 현재 각 원전에서 차폐 드럼에 담아 발전소 안의 수조(습식) 혹은 외부 공냉시설(건식)에서 보관하고 있다.

◇방사선량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의 연간 관리 방사선량은 0.01mSv(밀리시버트). 이는 연간 기준 원전 주변의 0.05, 과학기술부의 기준치 0.02보다도 낮다는 것. 또 병원에서 X선 촬영 시 사람이 받는 방사선량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돼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에서 발생하는 방사선량의 안정성은 믿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관리

정부는 이번 유치 지역에 만드는 방폐장 경우 중·저준위 방사성 처분장이며 고준위는 제외된다고 특별법에 명시했다. 정부가 건설할 방폐장은 60만 평의 부지에 80만 드럼을 처분할 수 있는 규모다. 80만 드럼은 지난 26년간 국내 4개 원전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모두 12차례 처분할 수 있는 용량이다.

처분장의 형태는 동굴식(잘 발달된 암반을 뚫거나 지하 굴에 폐기물을 보관), 천층식(지상의 철근 콘크리트 처분고를 만들어 그 안에 폐기물을 보관)이 있으며 모두 다중방벽시설로 중·저준위 폐기물의 방사선 유출을 원천 차단한다는 것.

처분장은 먼저 시멘트로 고화, 철재로 포장한 폐기물 드럼을 다중방벽시설 안쪽부터 가로로 쌓는다. 다음 드럼과 드럼 사이를 빈틈이 없도록 몰타르로 채운 뒤 철근콘크리트 뚜껑으로 밀봉한다. 뚜껑 위에는 점토, 모래, 아스팔트, 자갈 등으로 이중 삼중 방수 복토층을 만들고, 잔디를 심어 방사성 물질 누출을 재차 방지한다. 안정성을 더 확보하기 위해 시설 맨 아래 쪽에는 감시터널을 만들어 혹시나 있을 누수 등을 상시 감시한다는 것.

또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환경감시기구도 만들어 장기간 방사능 유출을 관측하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공개할 계획이다.한국과학재단 김무환 원자력전문위원(포항공대 교수)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세기는 최고 30년이 지나면 반감되고, 300년이 되면 더 이상 방사성 물질로서의 생명이 끝난다"며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안전하며 국내 방폐장 건설이 19년 동안 표류해온 것은 안전보다는 주민과 국가간의 신뢰의 문제"라고 했다.

한수원 사업전략처 강재열 실장은 "향후 선정하는 부지의 지질 형태에 따라 동굴 또는 천층식을 결정하며 세계적으로 안정성이 보장된 첨단 설비를 갖출 계획"이라고 했다. 또 강 실장은 "전 세계에서 원전을 운전 중인 상위 10개국 중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당장 울진 원전 경우 2008년부터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포화상태에 이른다"며 "중·저준위의 방사선량이 미미하고, 완벽한 다중방벽시설에 보관하는 만큼 주민들의 이해가 절실하다"고 했다.

특별취재팀=기획탐사팀 이종규·이상준 기자 정치2부 최재왕 기자 포항·임성남 영덕·최윤채 울진·황이주 기자

사진:정부와 전문가들은 포화상태의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을 위해 방폐장 건설이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은 울진 원전의 중·저준위 임시저장고. 이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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