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16 독도 도발'로 인해 지난 한 주 우리 국민의 관심은 독도로 시작해 독도로 끝났다.
독도와 관련된 이슈는 무조건 세간의 화제가 되는 등 그동안 물밑에 잠겨 있던 독도가 다시금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우리 영화 가운데 독도를 주무대로 한 영화는 지금껏 단 한 편도 없었는데, 최근 독도 수비대를 조명한 영화가 잇따라 촬영 일정을 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순간 들끓다가 식어버리는 변덕'이 한국민을 표현하는 수식어가 된 지 오래지만, 이번만큼은 깨트려야하지 않을까. 독도에 관한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을 바라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독도 이야기를 살펴봤다.
◇불꽃 튀는 한일 간 설전
독도 하면 어떤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독도를 주무대로 한 영화가 없었으니 좀체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독도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애용됐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지난 1997년 개봉한 '넘버 3'(송능한 감독)에서 찾을 수 있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 야! 통역, 쟤한테 독도가 누구네 땅인지 물어봐."
"당연히 일본땅이지."
"뭐라고? 다시 한번 물어봐. 네가 통역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 극중 재떨이(박상면)가 일본 야쿠자들과 만나는 장면에서 독도는 한일 간의 불꽃 튀는 설전의 주제로 등장한다.
2002 한·일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한국경찰(KP)과 월드컵 공동개최를 방해하려는 일본의 극우세력인 천군파의 대결을 담은 패러디 영화 '재밌는 영화'(장규성 감독)는 한 술 더 뜬다.
'다케시마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천군파 지휘관 무라카미(김수로)에 맞서 독도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줄줄 꿰고 있는 KP요원 황보(임원희)의 대사는 압권.
"독도는 크게 동도와 서도로 구성돼 있지. 동도는 6만4천698㎡, 서도는 9만1천773㎡로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90㎞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제일 가까운 일본 섬은 시마네현 오키섬으로 160㎞ 떨어져 있지. 역사적으로 독도가 우리 영토에 편입된 것은 서기 512년 신라 지증왕 13년이지. 일본도 1896년 일본 외무성이 작성한 조선국교시말내탐서를 통해 독도를 조선 부속령으로 인정하고 있어." 한국경찰이 독도에 관해 얼마나 많은 걸 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장면은 요즘 보면 더욱 통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일의 미래는?
'일본 제국'이라는 이름 하에 동아시아 일대가 '대동아 공영권'으로 재통합된 가상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이시명 감독)는 어찌 보면 유쾌한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일본의 제3도시로 전락한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반정부 레지스탕스와 이노우에 재단 사이의 싸움을 다룬 이 영화는 한일 간의 역사에 대한 고민을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장동건이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은 이해할 수 없지만.
소설가 김진명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정보석·황신혜 주연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정진우 감독)는 독도를 빌미로 급기야 한일 간의 전쟁까지 터진다.
북한과 손을 잡고 일본 본토에 핵무기를 발사하는 마지막 장면은 한일 관계의 앞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독도에 해병대를 주둔시키자', '북한과 연합해 일본과 전쟁을 벌이자' 등 요즘 네티즌들의 발언이 섬뜩하게 들리는 이유다.
◇독도 수비대, 영화로 본다
최근 '개 같은 날의 오후', '보리울의 여름'의 이민용 감독이 50년 전 독도를 지켰던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독도 수비대'(가제)를 오는 7월부터 촬영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끈다.
이 감독은 "자발적으로 수비대를 조직한 울릉도 출신 33인의 청년들이 홍순칠 대장과 함께 독도에 들어가 4년 동안 일본의 공격을 10여 차례 막아냈던 실화를 영화로 만들 생각"이라며 "이 영화를 통해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정당성과 자긍심을 갖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영화제작사 감자도 독도 수비대를 소재로 한 영화를 준비 중이다.
이미 시나리오가 나와 감독을 섭외하고 있는 상황. 권용한 PD는 "방송작가 김교식씨의 '다큐멘터리 독도 수비대'를 원작으로 작가 심산씨가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말했다.
이들 영화들은 독도를 소재로 한 첫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도 수비대는 한국전쟁 직후 혼란기를 틈타 일본이 독도를 차지하려고 하자 1953년 4월 26일 울릉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수비대. 홍순칠 대장과 수비대원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목숨을 바쳐 독도를 지켰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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