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여성, 일 그리고 가족

지난해 모교에서 여성경제인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곧 개관할 여성 커리어센터와 함께 여대생들의 취업과 직업능력 향상을 위해서 지역사회에 가까이 있는 기업체들과 보다 긴밀하게 관계를 가지기 위해서였다.

해마다 신입 여학생들의 수는 늘어나는데 졸업시즌이 되어 발표하는 전체 취업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을 대학당국으로선 분석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원인이 여성인력 양성과 깊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요즘 취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군복무를 마친 남학생의 경우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의 취업이 가능하지만 대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학생들의 경우엔 취업률이 떨어지므로 전체적인 취업률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도 의도적으로 여직원을 채용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25% 정도 수준이다.

물론 대학에서의 관련학과의 인원구성비율과도 비슷하지만 특별한 채용정책을 만들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비슷하리라 예측된다.

회사에서 여직원들의 업무능력은 상당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며 일에 대한 열정 또한 높다.

무엇보다도 일을 맡기고 나면 안심이 된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대부분이 미혼인 그녀들을 보며 곧 다가올 일과 결혼, 육아와 가족 등의 무게를 어떻게 견디며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가끔 염려가 된다.

70년대와 80년대에 대부분 출생한 이들은 어릴 때부터 여성으로서 보다는 한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교육을 더 많이 받기 시작한 세대들이다.

즉,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 하에 출생한 세대들이다.

딸이지만 거의 가사 일을 해보지 않고 학교만 다니다가 곧바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미혼 여성들은 결혼을 다소 꺼려하는 것 같다.

결혼으로 해서 생기는 책임과 부담, 그리고 일에 대한 염려들로 결혼은 예전과 같이 장밋빛 미래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상당한 수준의 고급전문직 여성을 제외한다면 결혼을 해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은 가사와 육아의 거의 모든 부분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특히 우리 경상도에선 더욱 그렇다). 주변의 가족들은 단지 조금 도와 줄 뿐이다.

아주 다행한 경우엔 윗 부모세대의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입사를 해서 3~5년 정도가 되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여성들이 통상적으로 결혼 적령기(이 개념 또한 너무 구태의연하지만)를 맞게 되는데 예전엔 결혼과 동시에 스스로 퇴직을 하거나 퇴직을 은근히 강요받기도 했었던 적도 있었다.

기업주의 입장에서도 기혼 여성에 대한 출산과 육아에 따른 약간의 배려가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은 솔직히 아니다.

아니, 보다 더 충분히 배려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러한 배려는 어느 특정한 기업이, 어느 특정한 개인이 모두를 부담할 수도 없는 함께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 모두가 안고가야 할 과제이다.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걱정하고 장려책들이 나오지만 막상 결혼을 해야 하는 당사자인 여성들은 아직도 일과 결혼에서 고민하고 또 미루고 있다.

돈을 많이 벌거나 지위가 높은 그런 여성이 아닌 평범하지만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기는 그녀들이 결혼하고 싶고, 결혼을 하고도 자연스럽게 일을 할 수 있고, 아이를 낳고서도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이제는 만들어가야 할 때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셨고 우리들은 적당히 타협하며 힘들어하면서 일을 해왔다.

이제는 교육받은 더 많은 여성인력의 활용을 위해서 그녀를 사랑하는 남편이, 그녀를 사랑하는 자녀가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부모가 다같이 도우며, 그녀의 능력을 아끼며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길 기대하는 기업이 함께 가야할 시대이다.강은희 (주)위니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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