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천년을 이어온 고도답게 도시 자체가 노천 박물관이다. 역사유물이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웅장한 왕릉을 비롯해 박물관, 궁궐, 사찰, 탑, 그리고 정갈한 예술혼으로 세운 불교문화 등 고색 찬란한 유적과 유물들은 이곳이 바로 문화의 보고임을 한눈에 보여준다.
경주에서 26일부터 6일간 '한국의 술과 떡 잔치'가 열린다. 경주에서 그냥 축제만 즐기기엔 뭔가 아쉽다. 특히 자녀와 함께라면 더욱 그렇다. 축제도 즐기고 여행도 겸할 수 있는 반나절 역사 기행을 소개한다.
△경주국립박물관
먼저 경주국립박물관. 신라 문화를 압축해 놓은 곳이다. 경주박물관은 본관, 제1전시실, 제2별관 등 총 세 개의 상설전시관과 1개 특별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10만점 이상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고 2만5천여점의 유물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좀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박물관 입구에서 음성안내기를 빌려서 입장하면 편리하다. 자동위치센스가 부착돼 유물 앞에 서면 설명이 나온다.
박물관 뜰에도 박물관 못지않은 유물이 있다. 성덕대왕신종과 고산사터 3층석탑을 비롯해 많은 불상과 석탑 들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한켠에 매달린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용의 읊조림 같아 위로는 지상의 끝까지 다하고 밑으로는 땅속까지 스며들' 종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눈을 감으면 들리는 것 같다. 경주박물관은 매주 목.금.토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야간 무료개관을 하고 있다.
특별전시관에는 현재 어린이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초등학생 및 동반 가족을 대상으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30분 단위로 하루 4회 운영되고 있는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직접보고, 듣고, 손으로 만져보고, 만들어 볼 수 있는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할 수 있다. 예약은 필수. 문의: 054)740-7591~2.
△안압지
차는 박물관 주차장에 세워두고 걸어서 안압지로 이동한다. 안압지는 삼국통일 직후에 서라벌 동쪽에 지은 별궁이다. 이곳은 나라의 경사스러운 일이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이 못을 바라보면서 연회를 베풀었던 곳. 입구에 조금 들어가면 호수를 앞에 두고, 안압지의 전체 모형을 설계해 놓은 것이 있는데 그것만 보아도 이곳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다. 연못 주위를 뒷짐 지고 한바퀴 도노라면 신라인들의 가무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반월성
입구로 나와서 길을 건너면 반월성이다. 신라의 궁궐이다. 하지만 궁궐의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수백 년 된 소나무 등이 울창해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남쪽으로 멀리 남산이 보인다. 남산은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아름답지만 이곳에서는 더욱 아름답다. 서쪽으로는 월정교지, 요석궁터가 보인다. 멀리는 선도산, 단석산이 보인다. 북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계림으로 이동한다.
△계림
계림은 잘 꾸며진 정원이다. 그래서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계림은 경주김씨의 시조가 되는 김알지가 태어난 설화가 얽힌 곳이다. 어른 두세 명이 껴안아도 벅찰 듯한 굵기의 거목 수십 그루가 관람객을 반긴다. 신라의 기초를 공고히 다진 내물왕릉이 고목의 그림자 속에 깊이 잠들어 있다.
△대릉원
대릉원은 신라천년의 영혼을 묻은 고분 23기가 산재해 있는 고분공원이다 특히 천마총은 그 구조와 출토유물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내부를 전시공개하고 있어 당시 신라인의 빼어난 문화적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돌아 나오는 소나무길이 운치가 있다.
△첨성대
분황사로 가기 위해선 다시 경주박물관 주차장으로 가야한다. 가는 길에 첨성대에 들르면 된다.
△분황사
차로 5분이면 분황사에 도착한다. 자장율사와 원효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 탑은 현재 남아있는 신라 석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원래는 7층이나 9층이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지금은 3층만 남아있다. 벽돌모양으로 다듬어 쌓아올린 모전석탑으로 그동안 보아왔던 탑의 양식과는 다르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면서도 듬직한 이미지가 느낌으로 다가온다.
△황룡사지
여행이 마무리 장소이다. 분황사 정문 앞에 펼쳐진 터가 황룡사지다. 2만여평으로 동양 최대의 신라사찰이었던 곳이다. 목탑터만 150평. 남아 있는 구조물이 없어서 아쉽지만 금당터, 목탑지, 중문지에 잘 정돈되어 있는 주춧돌만 보아도 정갈한 맛이 난다. 9층목탑의 어마어마한 유적이 고려 몽골군 침입 때 한줌 재로 변한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점심 식사는 대릉원 주위 쌈밥집에서 하거나 경주 술과 떡잔치 장소인 황성공원에서 하면 어떨까 싶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경주 한국의 술과 떡 잔치 2005'
'경주 한국의 술과 떡 잔치 2005'가 26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경주 황성공원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술과 떡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주제전시관을 비롯해 전통 공예체험마당과 떡 빚기, 술 이름 맞히기 등 관람객이 참여하는 행사가 많은 것이 특징. 술과 떡을 맛볼 수 있고, 한국.일본.중국 술 만드는 방법도 비교 전시해 놨다.
특히 27일 오후 2시에는 광복 6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의 술과 떡 물결'을 주제로 특별행사가 마련된다. 관광객들이 태극기 모양의 떡을 만들고 신라왕조를 상징하는 56가지 술과 992년의 역사를 상징하는 992개의 술잔으로 태극기 떡을 만든다.
이번 축제기간 중 숙박업소와 놀이시설 등을 이용하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급호텔은 50%, 콘도(토.일요일은 제외)는 40% 할인율이 적용되며, 경주월드(토.일요일 제외)는 입장료를 40% 할인한다. 문의: 054)749-0101, 779-6396.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