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 놀이터 사고 보상 '천차만별'

최모(45·대구 수성구 지산동)씨는 얼마 전 어린이놀이터 미끄럼틀에서 아들(11)이 떨어져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가슴을 졸였다.

아이 탓만 하던 그에게 오후쯤 동사무소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놀이터 관리책임이 있는 구청이 손해보험에 가입해 있으니 최대 100만 원까지 배상이 가능하다는 것. 이튿날엔 보험회사 직원이 집으로 찾아왔다.

최씨는 "아이 실수라 보상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흔감해 했다.

어린이 놀이터나 근린공원에서 다칠 경우 대구의 동·북·수성구에서는 보상받을 길이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보상받을 수 없다.

동구 등은 행정자치부 산하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지자체의 전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한 '배상공제보험'에 가입했지만 다른 지자체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 이 보험은 임의보험이다.

주민이나 공무원들은 이런 제도 자체가 있는지조차 몰라 보상신청은 전무한 형편이다.

시와 공제회에 따르면 대구지역에는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340곳의 어린이 놀이터(1천500㎡ 이상)와 101곳의 근린공원(1만㎡ 이상)이 있지만 시와 수성구청, 북구청, 동구청 등 4곳만 배상공제보험에 가입해 있다.

어린이 놀이터(121곳)와 근린공원(29곳)이 가장 많은 달서구청을 비롯한 나머지 구·군청 5곳은 미가입 상태다.

경북지역은 더 열악하다.

해맞이공원이 있는 포항이 유일하고 울진, 영덕 등 해수욕장이 있는 자치단체는 7, 8월 한시적으로만 보험에 가입한다.

어린이놀이터 보험은 전무한 실정.

지자체마다 배상범위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구의 경우 시설 하자시 최고 1억 원의 보상금과 과실로 인한 상해시 최고 100만~300만 원까지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

공제회 최흥일 대구시 담당은 "골절 등의 부상으로 통원치료를 받은 경우 사고장소가 구청에서 운영하는 놀이터라는 증명만 되면 보상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상 사례는 극히 드물다.

2000년 처음 보험에 가입한 북구청은 지난해 놀이터 그네 고리가 벗겨져 다친 12세 어린이에게 130만 원을 보상해주는 등 2건뿐이며 동구는 4년간 한 건도 없다.

올 초 가입한 수성구는 1건이 유일하다.

공제회 측은 "연간 보험금이 수성구청 1천200만 원, 동구청 1천100만 원, 북구청 500만 원에 불과해 재정부담 때문에 가입 못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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