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대표 취임 1년 '화려한 데뷔, 그러나…'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23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박 대표의 지난 1년은 당을 총선 위기에서 구한 '잔다르크'에서 대권을 향한 시련기로 접어드는 시기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지난 연말 여권의 4대법안 드라이브 후 박 대표 리더십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박 대표의 화려한 데뷰와 시련

탄핵 후폭풍은 박 대표를 화려하게 데뷰시켰다. 지난해 3월 과도체제 대표로 선출된 박 대표는 4.15 총선에서 당을 수렁에서 건져내 당 재건의 1등 공신이 됐다. 2002년 탈당과 복당을 거듭한 후유증을 말끔히 씻고 제1야당의 대표로 자리매김한 것.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이른바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나서자 곳곳에서 여당과 충돌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박 대표가 당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선친인 박정희 전대통령은 정치적 부채로 다가왔다. 여당의 과거사 재조명에 이어 3공 외교문서 공개 등으로 아버지 박정희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표는 자신이 "박정희의 딸이라는 사실을 잊어달라"며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대권욕 때문에 아버지 마저 부인하고 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박 대표의 과제

이번에 있은 7박8일간의 미국방문은 박 대표의 리더십 복원의 전기가 될 것 같다. 박 대표의 미국 방문은 이미 당내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박 대표도 여세를 몰아 북핵의 중재자로 방북 추진의사를 갖고 있다. 북핵과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잡아 당내외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장외투쟁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는 행정도시법 반대파가 여간 부담이 아니다. 중도파인 강재섭 원내대표 등으로 완충지대를 구축하기는 했지만 반대파의 공세는 차기 대권경쟁과도 맞물려 있어 복잡한 양상을 보일게 분명하다.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잠재적 대권경쟁자들이 박 대표 흔들기에 가세할 경우 당이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덩달아 당 혁신위쪽에서는 이미 조기전당대회 개최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언제든 박 대표가 흔들릴 소지는 다분하다. 결국 박 대표가 이같은 당내 혼란을 어떻게 수습하고 차기 주자에 걸맞는 리더십을 보여줄 지가 앞으로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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