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대구대 총장은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일컫는 '피터 드러커'의 마니아다. 자천타천으로 '한국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이 총장만큼 드러커 전문가는 없다. 이 총장은 1992년 이후 매년 드러커 교수와 만나고 있으며 '자본주의 이후 지식경영자', '피터 드러커 평전'등 10여 권 이상을 저술했다.
드러커 경영학의 핵심은 지식경영으로 요약된다. 조직과 구성원들이 모두 지식사회에 걸맞게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고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것.
이 총장은 대구대 구성원들에게 지식 근로자의 자질을 요구하고 있고 여기에 바탕한 학내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21일 노조와의 단체교섭에서 그는 명예퇴직제, 임금피크제, 입학정원 감축 등 기업형 방식의 구조조정 방침을 통보하고 직원 급여 10% 삭감이나 직원 수 10% 줄이는 데 노조가 택일하라고 압박했다. 또 팀장 수당지급 중지와 노조 전임자의 급여 지급 중단도 통보했다.
이 총장은 이날 "노조가 반발할 테면 하라, 시끄러워지면 대구대 교직원들이 얼마나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바깥에서 알게 될 것이다"며 노조의 반발을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총장의 이 같은 태도는 일견 추진력으로 비치기도 한다. 또 전체적으로 이 총장의 선택은 학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 총장의 일방 통행식 업무처리는 지식근로자의 수장답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업무처리는 이번이 처음만은 아니다. 골프장 건설문제나 타학교 간 통폐합 등 상당수 중요 사업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없이 추진, 성과가 없었다. 이 총장이 진정 CEO 총장이라면 일방적인 추종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설득과 대화로 구성원들에게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먼저 이해시키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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