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처럼 대쪽같이 살기가 쉽지 않은 요즘, 안동이 그립다. 안동은 단순한 양반마을이 아니다. 아직까지 40여 곳에 이르는 서원, 서당이 남아 있는 선비촌이다. 옛 선비들의 의례를 알려면 서원으로 가야 하고 선비들의 생활문화를 엿보려면 고택(古宅)으로 갈 일이다. 그러나 이들을 제대로 본 사람들은 드물다. 거개는 하회마을이나 병산서원, 도산서원, 지례예술촌 등 잘 알려진 고택들만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안동시내에서 병산서원'도산서원 가는 길에 들러볼 만한 고택들을 알아본다.
◇병산서원 방향
▲예안이씨 상리종택(보물 제553호)=풍산읍 상리리에 있는 이 집은 대문이 없다. 길에서 바로 집안으로 들어선다. 기와를 얹은 오른쪽 담장은 집안을 향해 나선형으로 감겨 있다. 감겨 있는 담장 안은 하늘이 열려있는 화장실. 병산서원의 싸리나무를 엮어 지은 화장실과 흡사하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별당인 쌍수당(雙修堂)과 충효당(忠孝堂)이라는 집의 당호가 특이하다. 충효당은 지금부터 450여 년 전에 건축된 건물로 1974년 해체한 후 중수했으나 많이 낡았다. 이 집을 지키는 할머니는 전기배선이 처음 설치한 그대로여서 합선위험이 있다며 걱정했다.
▲풍산김씨 종택=풍산읍 오미리 동네 표지석에서 300m 정도 가면 두 갈래 길이다. 오른쪽 길을 따라 150여m를 가면 왼쪽에 풍산김씨 영감댁과 참봉댁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공사중이라 어수선한 편이다. 풍산김씨 종택은 참봉댁 바로 뒤쪽에 있다. 이곳도 대문이 굳게 잠겼다. 아마 주인이 외출 중인 모양이다. 담장 너머로 대문채 앞의 높이 2m, 너비 2m 정도의 문막이 흙담만 보인다. 내외벽이라 부르는 이 흙담은 가운데에 사각형 구멍을 뚫어 안채에서 이 구멍을 통해 대문채로 들어오는 내방객을 알 수 있도록 했다.
▲가는 길=안동 시내에서 예천방향 34번 국도-'풍산 풍천 하회마을' 이정표에서 나와 하회마을 방향-'회곡, 경북북부청사' 쪽 좌회전-상리1리(우렁골) 방향으로 우회전-농로를 따라 3분-왼쪽 산기슭에 충효당 안내 입간판. 우렁골에서 나와 다시 예천방향 34번 국도-풍북초등학교에서 예천 호명 방향 좌회전(924번 지방도)-1.8㎞ 정도 가면 오른쪽에 오미1리를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도산서원 방향
▲광산김씨 종택(오천유적지)=안동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던 광산김씨 예안파 소유의 문화재들을 현재의 와룡면 오천리로 옮겨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있는 정자라는 탁청정이 있다. 원래 산비탈에 있던 탁청정을 옮겨와 네 개의 기둥이 다르지만 주춧돌을 덧대 길이를 맞췄다. 현판은 명필 한석봉이 썼다.
이곳에서 봉화방면으로 7㎞쯤 더 가면 도산서원이다. 도산서원 주차장에서 2㎞ 떨어진 도산면 토계리 하천변에 퇴계선생의 종택이 있다. 퇴계선생의 건강비법이었던 활인심방(活人心方) 수련을 체험할 수 있다.
▲농암종택=농암(籠岩) 이현보(李賢輔) 선생 종택과 사당이 있던 분천이 안동댐 건설로 잠기게 되자 현재 위치인 도산면 가송리 올미재로 옮겨 지었다. 긍구당(肯構堂)과 사당은 수몰 당시 다른 곳에 급히 옮겨졌다가 두 번째로 이곳에 자리 잡았다. 본채는 사당과 안채, 사랑채, 문간채 등 ㅁ자 구조이고 긍구당과 명노당은 별당이다. 사랑채와 안채, 문간채, 별채, 긍구당에서 민박을 운영한다(054-857-6381). 한칸 방 3만~4만 원. 두 칸 방 5만 원선. 예약은 전화(054-843-1202)로만 받는다. 이곳 외에도 종택에서 하루를 머물며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는 수애당(054-822-6661)과 지례예술촌(054-822-2590)이 있다.
▲가는 길=안동에서 봉화 청량산 방향 35번 국도를 따라 18㎞ 정도를 가면 오른쪽에 오천문화재단지가 있다. 지난해 문을 연 경북도산림과학박물관 5㎞ 전이다. 안동터미널 앞에서 67번 시내버스가 다닌다. 이곳에서 도산서원은 지척이다. 35번 국도를 따라 계속가다 온혜리를 지나 가송리에서 오른쪽으로 고산정 이정표가 있다. 이를 따라 들어가면 농암종택이 나온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사진: 풍산읍 상리리에 있는 예안이씨 상리종택. 왼쪽이 별당인 쌍수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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