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경제에 부담돼도 풀건 풀어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3일 이달들어 두 번째로 국민들에게 편지를 썼다.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노 대통령은 '다케시마의 날' 선포와 왜곡된 역사교과서 채택 등 우경화하고 있는 일본을 전례없이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신사참배를 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직공해 큰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일본 비판=노 대통령은 먼저 "일본이 자위대 해외파병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놓고 재군비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에게 고통스런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신사참배한 것에 대해 "이전에 일본 지도자들이 한 반성과 사과의 진실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가장 먼저 고이즈미 총리를 공격한 것은 더 이상 그를 외교 파트너로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풀이가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에 '배상'을 요구한 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국내용'이라고 일축하는 무례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시네마현이 '다케시마의 날'로 선포한 2월22일이 100년전 일본이 러일전쟁 와중에 독도를 무력 강탈한 그날이란 점에 노 대통령은 주목했다. 한반도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고 대한민국의 광복을 부인하는 심각한 행위로 본 것. 또 왜곡된 역사교과서 채택은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런 일들을 일개 지자체나 일부 몰지각한 국수주의자들의 행위가 아니라 '일본의 행위'로 봤다. '다케시마의 날' 선포 등을 일본 집권세력과 중앙정부가 방조했다는 것.

◇철저한 대응 의지=노 대통령은 좌시할 수 없는 일본의 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고 분명히 했다. 그 동안 일본에 대해 해야 할 말이 있어도 시민단체나 피해자의 몫으로 남겨놓고 말을 아껴온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정부간 갈등이 가져올 외교적 부담이나 혹시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생각해 말을 아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일본은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고 있어 이젠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엔 (일본 문제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다소 격한 용어까지 동원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물러서거나 유야무야하지 않고 국민들이 수용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편지 말미에 '이제 이 일을 결심하고 국민여러분께 보고드린다'고 밝혀 결심을 위해 상당히 고심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성적 해법=노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며 외교적인 단호한 대응을 맨먼저 꼽았다. 일본 정부가 성의있는 응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구심이 있지만 들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끈질기게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국제 여론 설득을 들었다. 국제사회도 일본이 인류의 양심과 국제사회의 도리에 맞게 행동하도록 촉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국민 설득을 가장 중요한 일로 꼽았다. 문제가 궁극적으로 풀리려면 일본 국민들이 역사를 바로 알고 동북아의 미래를 위해 일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일본 정부의 정책이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봤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일본 국민전체를 불신하고 적대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국민 사이에 불신과 증오의 감정을 키우면 엄청난 불행을 피할 수 없다는 것.

또 국민들은 힘으로 하는 싸움이 아니므로 냉정을 잃지말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루이틀에 끝날 싸움이 아니므로 끈기와 인내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도 했다.

◇험난한 외교전쟁=노 대통령은 향후 한일관계에 대해 "서로 얼굴을 붉히고 대립하는 일도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각박한 외교전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경제, 사회, 문화, 기타 여러 분야의 교류가 위축돼 이것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도 어지간한 어려움은 충분히 감당할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시하고 "국가적으로 해결해야할 일을 위해 꼭 감당해야할 부담이라면 의연히 감당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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