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나무는 말한다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키는 논의를 한다고 한다.

그저 '쉬는 날'처럼 잘못 인식되면서 안타까웠지만 막상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서운함이 앞선다.

60년대의 우리나라 산천은 거의 벌거숭이였다.

지금처럼 등유나 도시가스 등이 연료로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던 때라 나무는 물론 낙엽과 풀까지 거두어 땔감으로 사용하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제는 산림이 울창하여 우리 생활에 많은 것을 베풀어 주고 있다.

크고 작은 가로수와 공원의 나무들, 녹색의 산야가 우리들 삶에 여유로움을 더해 주고, 전국 최고의 무더위를 겪었던 대구가 나무 덕분에 시원해졌다는 이야기도 한다.

요즈음은 봄철이라 꽃시장이 붐비고 있고, 도로 주변에는 꽃 모종이 심어지고 불이 난 산에도 나무심기가 한창이다.

안타까운 것은 얼마 가지 않아 생명을 잃은 채 길거리에 나 뒹구는 화분이나 시들어가는 나무를 보면서 더러는 우리가 심는 데에만 신경 쓰고, 가꾸는 데에는 무관심하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보게 된다.

우리들 곁에는 늘 나무가 있었다.

그러나 산과 들이 깎여 나가고 그 위에 도로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우리는 나무들이 주는 풍요로움을 잊고 있거나 나무가 주는 교훈들을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주변의 나무들을 다시 보자. 바위 틈 소나무로부터는 그 끈질긴 생명력을 배우고, 속이 뻥 뚫린 채 새 가지를 키워 가는 고목(古木)을 통해서는 부모님의 헌신적인 자식 사랑을 느끼게 하고, 화려한 개화(開花) 후 미련 없이 꽃송이째 떨어지는 동백을 보면서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의 뒷모습이 어떠해야 할지를 한번쯤 그려보게 한다.

나무는 말한다.

"나는 늘 이 자리에서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겠노라"고. 나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자. 그리고 나무에게서 삶의 순리를 배우자. 사람이 나무를 살리고, 나무가 사람을 살게 하는 상생(相生)의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학산종합사회복지관장 백남덕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