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키르기스 무정부 상태…대통령 국외탈출

총선 부정에 항의하는 키르기스스탄의 반(反) 정부 시위대가 24일 수도인 비슈케크의 정부 청사와 방송사 등을 장악한 가운데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이 국외탈출, 키르기스 정정이 극도의 혼미상태로 치닫고 있다.

야당 세력은 아카예프 정부가 비슈케크 일원의 통제력을 상실함에 따라 정국을사실상 장악, 새로운 총선실시를 다짐했다. 이와관련해 최고법원은 이번 시위를 촉발한 최근의 총선결과를 무효화했다.

인테르팍스 통신과 이타르-타스 통신은 키르기스 소식통들을 인용, 아카예프 대통령 일가가 헬기편으로 인근 카자흐스탄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야당세력도 그들이장악한 TV방송을 통해 아카예프 대통령이 국외로 떠났다고 발표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아카예프 대통령 일행이 카자흐스탄에 내렸다고 전했으나 다른 보도를 통해 그가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 그의 최종 도착지를 둘러싸고혼선이 일고 있다.

야당세력은 아카예프 대통령이 사임서에 서명했으며, 니콜라이 타나예프 총리도사임했다고 아직 공식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한편 시위대는 비슈케크 정부청사를 장악한데 이어 국영TV 방송국 등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30여명이 부상했으며, 시위대의 투석 등으로 수도의 치안이 통제불능상태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특히 교도소를 습격, 지난 2000년 이후 수감중이던 야당지도자 펠릭스쿨로프를 풀어줬으며, 쿨로프는 직후 국영TV에 생방송을 통해 아카예프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쿨로프는 또 아카예프 대통령의 신변안전 보장을 제의하고, 자유총선 실시를 다짐하는 한편 사태를 평화적으로 수습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냉정을 찾아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러시아는 키르기스에 주둔중인 러시아군이 이번사태에 개입하지 말고 중립을 지킬 것을 지시하는 한편 조속한 법질서 회복을 주문했다.

= 야당세력 정국장악...의회 25일 긴급소집 = 최고법원, 총선결과 무효화 키르기스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아카예프 대통령이 국외로망명함에 따라 키르기스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유명 라디오 방송인 '에코 모스크바'는 이날 "키르기스의 권력이 이미야권에 넘어갔다"면서 "아카예프 대통령은 키르기스를 이미 포기했다"고 전했다.

◇ 또한번의 시민혁명 성공? = 키르기스가 갑작스레 무정부 상태에 빠져든 것은수천명의 시위대가 대통령 집무실 등이 있는 정부 청사를 너무도 쉽게 장악하면서비롯됐다.

시위대는 이날 오전(현지시각)부터 정부 청사 앞에 모여 돌을 던지면서 시위에나섰으며 이들은 청사를 경비하던 경찰들의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은채 청사 입구로쳐들어가 건물을 장악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총포를 발사하지 않아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경찰을 포함해 30여명이 시위 과정에서 부상했다.

청사 내부 진입에 성공한 시위자들은 남아있는 공무원들을 쫓아냈으며 아카예프대통령의 초상화를 던지고 키르기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관용 차량에 불이 붙고 정부 청사 안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러시아 TV에 잡히기도 했다.

시위대는 정부 장악을 마친 뒤 이번 시위 과정을 일절 보도하지 않은 국영 방송국으로 달려가 점거했으며 중앙은행 직원들도 건물을 비우고 귀가했다.

◇ 의회에서 향후 총선 등 논의 = 정부 청사를 비롯한 주요 건물들이 야당 시위대에 장악되고 아카예프 대통령도 망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키르기스는 무정부 상태로 접어들었다.

아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비슈케크를 찾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관계자들을만나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정부 청사가 장악됐다는 소식이 나온직후 종적을 감췄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아카예프 대통령 일가가 헬기편으로 카자흐스탄으로 떠났다고 보도했으며 리아-노보스티 통신도 OSCE 관리의 말을 인용해 아카예프의 소재지는알지 못하지만 이미 외국으로 도망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연방회의(상원) 마르겔로프 국제문제 위원장은 정부 청사가 점거된 직후 키르기스 사태가 새로운 의회 구성, 아카예프 대통령측과 협상, 또한번 충돌 등3가지중 하나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카예프가 실권을 잃은 이상 키르기스는야당이 주도하는 내각 구성과 새로운 총선이 불가피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실제 키르기스가 무정부 상태에 빠지자 야당 지도자들은 총선 무효와 함께 새로운 선거 실시, 야당이 주도하는 내각 구성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키르기스 의회는 이번 총선을 통해 당선된 의원이 아닌 이전 의원들을 소집해향후 선거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의회는 현 정부가 없어진 만큼 지난달 27일과 이달 13일 치러진 총선 결과에 대한 무효를 결의하고 새로운 총선 일정과 임시 정부 구성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야당 지도자인 쿠만벡 바키예프 전 총리는 "조속한 선거를 실시해 질서를 바로잡겠다"면서 "약탈 금지 등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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