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년 만에 가족 찾은 사연

한 공무원이 수 개월에 걸친 끈질긴 추적 끝에 40여 년 전 잃어버린 어느 할머니의 가족을 찾아줘 가족 상봉을 하게 했다.

주인공은 서구 내당1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정희(35·여·행정서기 8급)씨.

이씨는 작년 말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상담을 위해 찾아온 김순희 할머니(63)가 엉뚱하게도 주민등록명부에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사망자'임을 알고 가족찾기 장정에 나섰다.

김 할머니는 주민등록제도가 시작되기 3년 전인 1965년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돼 있었다.

뒤늦게 알게 됐지만 당시 할머니의 남편이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아내를 숨진 것으로 신고해 버린 것.

거리에서 종이를 줍고, 남의 집 살림을 해주면서 단칸방을 얻어 사는 할머니는 가족도, 수입도 전혀 없었다.

이름조차 쓸 줄 모르는 할머니는 처음 자기 나이를 '서른'이라고 말할 정도. 앞니가 다 빠져 발음이 불분명했고, 과거 기억도 큰 줄기만 남아있을 뿐 거의 잊어버렸다.

할머니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고향이 '의령'이라는 것과 본명이 '김순희', 오빠 이름은 '김대곤', 아들은 '김근섭(가명)'이라는 정도. 막막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이씨는 지난 1월 경남 의령과 인천으로 '김대곤'이란 이름을 조회했으나 찾지 못했고, 2월에 재상담을 통해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름이 '김두리'였음을 알아냈다.

여러 차례 실패한 끝에 전국에서 오빠와 아들 이름으로 405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그리고 아들의 호적 등본에 모친으로 등재된 '김순희'를 극적으로 찾아냈다.

할머니의 원래 고향은 '군위군 의흥면'. 김 할머니가 이를 '의령'으로 잘못 발음한 것.

이씨는 "얼마 전 경기도 파주에 살고 있는 할머니의 오빠와 통화를 했는데 자신의 동생 김두리가 맞다며 다음달에 찾아오기로 했다"며 "힘겹게 살아가는 할머니를 보며 어떻게든 도와줄 방법을 찾고 싶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

할머니는 호적이 없는 상태여서 법원의 판결을 받고 본인임이 확인되면,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돼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