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苦痛)은 인간에게 고통 자체로 끝날 수도 있지만 창작의 출발점이 되거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또는 창작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법의학자 문국진씨가 펴낸 '명화로 보는 인간의 고통'은 바로 고통과 창작의 상관관계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인간 내면의 상황을 읽어낸 책이다.
유명한 작품을 남긴 작가들 중에는 알코올 중독, 신경쇠약증, 우울증 등을 겪었던 작가들도 많았다. 이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의 유명한 작품 '절규'는 그 대표적인 작품. 뭉크는 이 작품을 두고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일을 그린 것이라고 직접 서술한 적이 있다.
그 배경에는 많은 종류의 뿌리 깊은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했던 뭉크의 삶과도 연관된다. 낯선 사람과 여인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질병과 세균에 대한 두려움, 텅 빈 공간에 대한 두려움 등은 그가 자주 겪었던 알코올 중독과 함께 그의 불안정한 정신적 요소였다. 따라서 '절규'는 뭉크 자신의 상처 받은 삶이 직접적으로 반영돼 있는 그림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문화적 해석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뭉크의 그림과 접목시키면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강렬한 전달력을 지니게 된다.
자폐증상을 가졌으면서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화가도 있다. 이탈리아 화가 카를로 치넬리는 어릴 때부터 혼자 있기만 좋아하고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했다. 정신이상으로 병원에 수용된 후 병원에 있는 동안 주로 문자를 사용하거나 사물을 반복해서 그렸다.
소아마비에다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평생을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멕시코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도 자신의 끔찍한 삶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벌거벗은 채로 누워서 송곳에 찔린 작품 '작은 상처'나 비극적인 자화상 '골절된 척추'는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통 중 하나인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고통을 잘 드러낸 작품은 세기를 넘어서 감동을 전해준다.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벨리니가 그린 '피에타'에는 죽은 예수와 얼굴을 맞댄 어머니 마리아의 비통한 표정을 그려냈다. 미켈란젤로도 '피에타'란 조각작품에서 마리아가 죽은 아들 예수를 무릎에 안고 경건함과 측은한 동정심을 가지고 내려다보는 장면을 묘사했다. 20세기 독일의 대표적인 판화가 콜비츠의 '생각에 잠긴 여인'에서 기다림에 지친 어머니의 고독과 불안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한편 우리의 무의식을 표현하는 꿈에 대한 작품도 있다. 영국화가 존 헨리 푸젤리의 '악몽'은 잠든 여인이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을 작은 괴물을 통해 나타낸다. 그런가 하면 명화속의 장면을 통해 연관된 질병을 미뤄 짐작하기도 한다.
또 러시아 화가 일랴 에피모비치 레핀의 '볼가 강의 배끄는 사람들'에는 삶의 고역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그림 속의 사람들은 감정이 완전히 메마른듯 무표정한 얼굴로 무기력하게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이들은 힘든 일을 극복하려는 본능으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게 됐고 이런 유전자가 결국 치매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울증이 예리한 감성과 높은 도덕성을 지닌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정신장애"라고 말하면서 우울증의 대표적인 예술가로 빈센트 반 고흐를 들었다. 때문에 우울증은 지성과 감성, 도덕성을 두루 갖췄다는 증거이므로 더 이상 우울증 자체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전해준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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